한줄 詩

중년 - 김종필

마루안 2021. 5. 18. 22:23

 

 

중년 - 김종필

 

 

연애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망해서 울고

흥해서 웃고

 

한 고비

두 고비

 

내 부실한 이가 되고

그대 부실한 관절이 된 지금

 

손잡고 발맞추며

먼 황혼을 향하는 길

 

죽음이란 강 건널 때도

손 놓지 않고

혼자 남아 울지 않도록

 

 

*시집/ 무서운 여자/ 학이사

 

 

 

 

 

 

사랑은 없다 - 김종필

 

 

얼굴도 모르고 만난 첫날밤

옷고름 풀며 약속했지

날 사랑한다고 떠나는 일 없을 거라고

말했던 당신인데

 

날마다 당신을 기다리며

서러움과 눈물로 보낸 시간

그리워한 것도 죄인 건지

세상은 내게 죄를 묻네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내 맘에 내 눈에 눈물 나게 한 당신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내일은 오실까 모레 오실까

애타는 밤에 기도했지

날 사랑한다고 기다리면 돌아온다고

말했던 당신인데

 

날마다 당신을 기다리며

서러움과 눈물로 보낸 세월

그리워한 것도 죄인 건지

세상은 내게 죄를 묻네

 

사랑했다 거짓말 마라

내 눈에 내 맘에 눈물 나게 한 당신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 시인 김종필은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시집으로 <어둔 밤에도 장승은 눕지 않는다>, <쇳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