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 김종필
연애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망해서 울고
흥해서 웃고
한 고비
두 고비
내 부실한 이가 되고
그대 부실한 관절이 된 지금
손잡고 발맞추며
먼 황혼을 향하는 길
죽음이란 강 건널 때도
손 놓지 않고
혼자 남아 울지 않도록
*시집/ 무서운 여자/ 학이사
사랑은 없다 - 김종필
얼굴도 모르고 만난 첫날밤
옷고름 풀며 약속했지
날 사랑한다고 떠나는 일 없을 거라고
말했던 당신인데
날마다 당신을 기다리며
서러움과 눈물로 보낸 시간
그리워한 것도 죄인 건지
세상은 내게 죄를 묻네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내 맘에 내 눈에 눈물 나게 한 당신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내일은 오실까 모레 오실까
애타는 밤에 기도했지
날 사랑한다고 기다리면 돌아온다고
말했던 당신인데
날마다 당신을 기다리며
서러움과 눈물로 보낸 세월
그리워한 것도 죄인 건지
세상은 내게 죄를 묻네
사랑했다 거짓말 마라
내 눈에 내 맘에 눈물 나게 한 당신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 시인 김종필은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시집으로 <어둔 밤에도 장승은 눕지 않는다>, <쇳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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