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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 사진전 - 서로 기대다

아직 한여름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가을이다. 바람이 선선해지면 전시장 찾아가는 일로 더 분주해진다. 사진 공간으로 참 좋은 류가헌에서 오래 기억될 만한 전시회를 봤다. 작가 이강훈의 사진전이다. , 전시전 제목이 눈길을 끈다.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라는 부제목은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를 잘 담고 있다. 조금은 특이한 가족 이야기를 잘 담아낸 사진전이다. 부부는 성수동 쪽방촌의 반지하에서 산다. 40년 전 남자가 40대 여자는 30대였을 때부터 외로운 사람끼리 함께 살자면서 결혼식도 혼인신고도 없이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둘이 살기에도 벅찼는지 자식도 없이 살았다. 평생 노동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늙고 건강까지 잃어 일을 하지 ..

여덟 通 2015.09.06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 이병률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 이병률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오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한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한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는 애써 돌아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좁은 골목은 식물의 줄기 속 같아서 골목 끝에 할머니를 서 있게 한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가라는 할머니의 말 신(神)에게 가겠다고 까부는 밤은 술을 몇 잔 부어주고서야 이토록 환하고 착하게 온다 *이병률 시집, 찬란, 문학과지성 일말의 계절 - 이병률 아무도 밟지 말라고 가을이 오고 있다 무엇이든 훔치려는 손을 내려놓으..

한줄 詩 2015.08.25

흐드러지다 - 박이화 시집

천년의시작에서 좋은 시집을 많이 낸다. 시집물로는 나와 가장 잘 맞는 출판사가 천년의시작이다. 회사 이름도 시집 전문 출판사로 딱 어울린다. 오래된 출판사는 아니지만 150권을 훨씬 넘긴 , 에서 좋은 시인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그 중 최근에 만난 시집 중에 박이화의 시집 가 단연 발군이다. 거의 한 편도 버릴 게 없을 정도로 고른 작품성에다 절묘한 은유에 담긴 시들을 읽으면서 탄복을 했다. 사랑에 빠졌거나 사랑에 실패한 중년들은 더욱 공감할 것이다. 시도 사람이 낳고 소비하는 상품이다. 작금의 시판이 아름다운 자연이나 말랑말랑한 인생을 노래하는 철없는 베짱이들의 뜬구름 타령으로 가득하다. 시도 인생의 한 부분,, 박이화의 시가 그렇다. 유치한 사랑을 오묘한 사랑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이 시의 힘이..

네줄 冊 201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