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못다 한 슬픔 - 이수익

마루안 2016. 8. 3. 00:56



못다 한 슬픔 - 이수익



하늘은
구체적으로
점점의 고요를 뿌리며
우리들 안과 바깥으로 수습하려든다


할 말을 잃어버린
입들이
강가로 나와
오래 오래 묵은 옷들을 빨고 있다


기다리지 마,
기다리지 마,
뒤를 돌아다보지 않고 떠난 새들은
소스라치게 기웃대던 꿈속에서
돌아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고


묵음(默音)으로 길든 마을은
별빛 돋아나는 시간을 기다리며
하루를 눕히고 있다, 슬픔으로 얼룩진 북을 두드리며
난타의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참 오래 된 불행,
모두
내 것이다



*시집, 천년의 강, 서정시학








짐 - 이수익



좀 떨어져서
지낼 필요가 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숨 막히는 진실이 필요하다
내 입술과 그대 입술이 맞닿은
순간의
마비되는 설렘을 어쩌지 못하면서도 끝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그 사이,


사이에 우리가 놓여 있다
뜨거운 목마름으로 굶주린 듯 달려드는
비겁한, 야성적 본능만으로도 안 되는 비밀의
그 무엇이
있기에, 점차 우리 멀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객관적으로 내가 너를
돌아다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서
그대를 멀리 서서
끝없이
바라다보아야만 하는가


힘찬 동작 하나가 재빨리 나를 스쳐 지나간다
머무를 수 없는 그대, 너무나도 큰 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