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내가 죽어 보는 날 - 조오현

마루안 2016. 8. 2. 08:36



내가 죽어 보는 날 - 조오현

 


부음을 받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이다


널 하나 짜서 그 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죽은 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날 평생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고 그 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
그 길에서 헤어졌던 그 많은 사람
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나에게 꽃을 던지는 사람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
아직도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
그 많은 얼굴들을 바라보다가


화장장 아궁이와 푸른 연기,
뼛가루도 뿌려본다.



*시선집, 적멸을 위하여, 문학사상








노망기(老妄記) - 조오현



내 나이 예순에는
일흔이라는 이를 만나면
이제 죽을 일만 남은 노인이라고
어른대접을 해주었는데


내 나이 여든이 된 요즈막
일흔이라는 이를 보면
아이 같아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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