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 김연종 반성 - 김연종 -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 당신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섣부른 판결에만 의존한 것이 잘못이겠죠 - 영혼의 무게는 단지 21그램이라는 말만 믿고 오직 첨단기기에 의존하여 그 무게로 바탑을 쌓으려 했던 게 문제겠죠 - 사.. 한줄 詩 2018.05.04
종다리 울음으로 - 서상만 종다리 울음으로 - 서상만 고향 봄보리 밭에 솟구쳐 울며 날던 종다리, 지금도 그 하늘을 울고 있을까 어쩌다 밀린 변두리 석계역, 낯선 내 처소에 그 옛날, 종다리 울음보다 더 숨찬 울음들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울고 다니네 생선, 육고기 썩는 냄새를 트럭에 매달고 배추 사려, 무우 .. 한줄 詩 2018.05.04
나의 정체 - 조기조 나의 정체 - 조기조 나보다 나은 듯한 사람을 만나면 까닭 없이 예, 예 조아리며 굽실거려야 한다는 생각이 내 염색체의 어느 부분에 기록되어 있는 모양이다 어느 옛 시절부터 내 할아버지가 매를 맞으며 배운 이치일 게다 또 나보다 못한 듯한 사람을 업신여기는 사람을 만나면 곧 죽어도 참지 못하는 불뚝성 같은 것이 내 염색체의 어느 부분에 물들어 있는 모양이다 그것 역시 어느 옛 시절의 내 할아버지가 매를 맞다 맞다 깨달은 옷자락 핏물 같은 것일 게다 그런 두 가지 것을 생각하자니 참 더러운 세상에서의 인간말종형이 바로 나의 정체라는 걸 알겠다 이제 인간 복제도 마음먹기 달렸다 한다 어느 훗날에 내 족속 가운데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면 나보다 못한 듯해도 배알이 뒤틀려도 친절히 했던 것과 모자라는 밥을 나눠 .. 한줄 詩 2018.05.02
꽃진 자리 - 이선이 꽃진 자리 - 이선이 -둘- 이만큼에서야 보이는가 나의 몰락을 두 눈 퍼렇게 뜨고 바라보아야 하는 비애같은 것 잠시 또 그렇게 영원을 사는 비린내 성한 사랑같은 것 이제금 뜬눈 깊어 새벽까지 잇닿는 길이면 마음을 타고 오르는 도무지 이전의 生으로는 까닭도 알 수 없었던 헛물켜는 저.. 한줄 詩 2018.05.02
봄 멀미 - 원무현 봄 멀미 - 원무현 뽀르지 같은 것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빨간 돌기가 약수터 전체로 번진 것은 불과 닷새 뒤였다 진달래냐 철쭉이냐 사람들은 만발한 추측과 억측을 꺾어 화병에 꽂았다 침상머리나 식탁에 올려놓고 자고 먹었다 뿌리 없이도 여러 날을 버티던 것이 확신을 꽃 피울 무렵 방.. 한줄 詩 2018.05.02
멀리 있는 사람아 - 오민석 멀리 있는 사람아 - 오민석 봄날이 가네요 저기 중음(中陰)에 정지된 새들 바닷속 푸른 종소리 부르다 그친 노래 공포 끝의 검은 침묵 잊지 않으리 내 맹세는 갈매기처럼 가벼워 그저 당신을 따라 울 뿐 꿈속의 당신 옥잠화 초록 분수 넘어 어머니의 자궁으로 오세요 가시덤불 건너 장다리.. 한줄 詩 2018.05.02
흑산도 서브마린 - 이용한 흑산도 서브마린 - 이용한 흑산도에 밤이 오면 남도여관 뒷골목에 노란 서브마린 불빛이 켜진다 시멘트 벽돌의 몰골을 그대로 다 드러낸, 겨우 창문을 통해 숨을 쉬는지는 알 바 없는 서브마린에 불이 켜지면 벌어진 아가미 틈새로 하얗고 비린 담배 연기가 흘러나온다 세상의 험한 욕이.. 한줄 詩 2018.05.01
당신들이 꽃이에요 - 문성해 당신들이 꽃이에요 - 문성해 땡볕에 오글오글 쪼그리고 앉은 저 여인들 며칠 뒤면 시작되는 꽃 축제로 급하게 투입된 저 꽃들 호미와 모종삽을 든 꽃 저린 다리를 수시로 접었다 폈다 하는 꽃 작업반장의 눈을 피해 찔끔 하품을 하는 꽃 맘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들끓는 꽃 하루 삼만원 일.. 한줄 詩 2018.05.01
복숭아나무 아래서의 한낮 - 박이화 복숭아나무 아래서의 한낮 - 박이화 복숭아 나무 아래서의 한낮은 얼마나 느리고 게으르고 행복할 것인가? 일생, 독한 그리움에 취한 나는 이내 드릉드릉 코를 골 것이고 그러면 바람은 바람대로 봄볕은 또 봄볕대로 내 젖무덤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며 지분대겠지 더러는 내 무릎과 무릎 .. 한줄 詩 2018.05.01
쓰임에 대하여 - 김명기 쓰임에 대하여 - 김명기 시공사가 임시로 쳐 놓은 허름한 담장 밑에 한 시절 쓸모 다한 주차 밀림 방지 턱이 가지런히 모여 있다 더러 찢기고 깨진 치유 불능의 상처를 품고 중고 혹은 재활용품이라 불리는 것들 어디론가 다시 쓰임을 위해 떠날 거라고들 하지만 풍찬노숙을 견디며 햇볕.. 한줄 詩 201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