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746

나의 정체 - 조기조

나의 정체 - 조기조 나보다 나은 듯한 사람을 만나면 까닭 없이 예, 예 조아리며 굽실거려야 한다는 생각이 내 염색체의 어느 부분에 기록되어 있는 모양이다 어느 옛 시절부터 내 할아버지가 매를 맞으며 배운 이치일 게다 또 나보다 못한 듯한 사람을 업신여기는 사람을 만나면 곧 죽어도 참지 못하는 불뚝성 같은 것이 내 염색체의 어느 부분에 물들어 있는 모양이다 그것 역시 어느 옛 시절의 내 할아버지가 매를 맞다 맞다 깨달은 옷자락 핏물 같은 것일 게다 그런 두 가지 것을 생각하자니 참 더러운 세상에서의 인간말종형이 바로 나의 정체라는 걸 알겠다 이제 인간 복제도 마음먹기 달렸다 한다 어느 훗날에 내 족속 가운데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면 나보다 못한 듯해도 배알이 뒤틀려도 친절히 했던 것과 모자라는 밥을 나눠 ..

한줄 詩 2018.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