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 정찬주

마루안 2022. 4. 14. 21:51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여행기라고 하겠다. 작가 정찬주는 승려는 아니지만 법정 스님의 제자다. 예전에 샘터사에서 일 할 때 스님이 책을 내면서 인연이 닿아 평생 스승과 제자로 연을 맺었다.

 

법정 스님은 입적하기 전 세상에 말빚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서 자신의 책을 전부 절판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래도 정찬주 선생은 스님을 잊지 않고 이렇게 들꽃 향기가 나는 책을 썼다.

 

이 책도 스님에 대한 회상기다. 법정 스님이 태어난 곳부터 입적한 곳까지 스님이 살다간 흔적을 찾아 나선다. 스님의 속명인 박재철 소년은 어떤 아이였고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느 계기로 출가하게 되었는지를 세세하게 따라 간다.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정체성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스님이 쓴 책 무소유와 말의 침묵을 참 열심히 읽었다. 불교인은 아니지만 내 정서가 불교적인 이유도 법정 스님 영향이 크다.

 

스님 돌아가시고 그의 행적을 좇아 불임암과 해인사, 미래사를 여행한 적이 있다. 내가 입으로만 무소유가 아니라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게 된 계기도 스님의 영향이 절반은 넘을 거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스님의 검소한 생활과 소박한 식생활이다. 지금은 절에도 음식이 넘쳐나서 남겨 버려지는 음식쓰레기가 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에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위해 이 공양을 받습니다

 

법정 스님은 부엌 탁자 옆에 '먹이는 간단명료하게' 라고 써넣고 반찬은 세 가지 이하로 줄였다. 일식삼찬이 기준이었던 것이다. 먹는 일에 시간과 정력을 쏟고 싶지 않았고, 부엌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승려들이 공양을 할 때 암송하는 것이 오관게(五觀偈)란다. 예전에 나무 하고 물 길르고 불 때서 밥 짓는 것도 수행의 일종이었다. 바랑 하나 달랑 메고 백 리 길을 걸어 동안거나 하안거를 위해 절을 찾는 것도 수행이었다.

 

요즘엔 지척의 암자 갈 때도 걷는 스님보다 자차 끌고 간다고 한다. 문명의 이기를 버릴 것까지는 없더라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가장 무거운 수행 아닐까.

 

정찬주 작가는 책에서 날마다 오관게만 실천해도 족히 깨달음을 이룰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음식을 앞에 두고 반성문 쓰듯 생각에 잠겨본단다. 완전 무소유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능한 적게 소유하고 적게 먹는 것이 무소유의 작은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