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 김주대 공원 나무탁자 위에 버려진 캔을 사내의 팔꿈치가 슬며시, 넘어지지 않게 밀어본다 묵직하다 옆 사람을 힐끗 쳐다본 사내는 낚아채듯 캔을 들어 먹이 문 길고양이처럼 재빨리 자리를 옮긴다 나무 그늘 아래서 목을 뒤로 활짝 젖히고 시커멓게 열린 목구멍 안으로 캔을 기울이자 남은 음료가 질금질금 쏟아진다 울대뼈가 몇번 꿈틀거린 후 길게 내민 허연 혓바닥 위로 캔 속의 마지막 한 방울이 똑, 떨어진다 빈 캔의 둘레를 핥으며 자리로 돌아온 사내의 때 묻은 팔꿈치가 얌전한 고양이처럼 탁자 위에 앉아 다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시집, 그리움의 넓이, 창비 한 끼 - 김주대 무릎이 많이도 튀어나온 때에 전 바지의 사내가 마른 명태 같은 팔로 몸의 추위를 감싸고 표정 없이 걷다가 시장 입구 버려진 사과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