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景

도심 뒷골목의 도반

마루안 2019. 1. 28. 21:46

 

 

 

 

 

시대가 변해서 요즘 탁발을 하는 스님은 없다. 어릴 적 탁발을 히는 스님이 동네에 오면 철부지 개구장이들은 스님을 놀렸다. 중중 까까중 동냥 하러 왔다네 뭐 이런 노래와 함께 스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놀렸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 일행 중 하나였다. 

 

당시의 스님 심정은 어땠을까. 탁발을 하나의 수행으로 여기 듯이 개구장이들 놀림도 수행 과정에 포함 된다고 생각했을까. 눈물 많은 중년의 남자가 서울 도심 뒷골목에서 스님을 만났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나란히 걷는 모습이 참 좋았다.

 

저런 것을 도반이라 했던가. 지금도 나는 파르스름하게 깎은 스님의 머리를 보면 서늘함이 지나간다. 평범한 길을 포기하고 걷는 수행자의 길은 행복한가. 그렇게 믿는다. 저렇게 같은 길을 걷는 도반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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