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步

제주 올레길 1-1 코스, 우도

마루안 2019. 3. 29. 22:27

 

 

2코스까지 걷는 동안 날씨가 무척 변덕을 부렸다. 바람도 심하고 흐리다 비가 오다를 반복했다. 전날 숙소에서 일기예보를 보며 기대는 했으나 우도 들어간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다. 전형적인 3월 하순의 제주다. 20년 전쯤 왔던 섬이지만 이번에 우도를 걸으면서 섬이 그렇게 큰 줄 몰랐다. 아침 9시 배로 들어가서 7시간 정도 머물렀으나 미처 다 돌아보지를 못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버스 하루 자유티켓을 사서 군데군데 그 버스를 이용했는데도 그렇다. 가능하면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 걸었다. 한적한 마을길을 걸으니 온전히 섬 전체를 나 혼자 전세 낸 느낌이었다. 딱히 정해진 코스를 걸은 게 아니다. 그냥 발 닿는 대로 쉬엄쉬엄 걸었기에 사진을 봐서는 정확히 어느 곳인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눈물 나게 좋았다.

 

해변길에 놓인 바람개비다. 우도는 연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여서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3월의 제주는 어디에서든 유채꽃이 먼저 반긴다. 우도 곳곳에도 유채꽃이  만발했다.

 

 

 

 

 

 

 

제주에는 부속섬으로 2개의 비양도가 있다. 우도에도 아름다운 등대를 거느린 비양도가 있었다. 정말 바람이 거셌다.

 

 

 

검멀레 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검은 색이라 그렇게 부른단다. 우도봉에서 바라 본 전망은 가히 환상적이다.

 

 

 

 

 

검멀레 해수욕장을 나와 우도봉을 올랐다. 잘 정돈된 산책길에서 내려다 본 풍경에 가슴이 풀린다.

 

우도봉에 오르면 이렇게 아름다운 등대를 볼 수 있다. 내려 오기 싫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우도봉은 아름다운 전망지이자 거대한 공동묘지다. 주변 곳곳이 묘지 군락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는 곳이다.

 

 

 

 

 

올레길에 꽃이 피어 걷기가 미안할 정도로 꽃들이 길을 완전 점령했다. 걷고 나서 보니 바지에 꽃물이 들었다.

 

잠시 쉬면서 꽃향기 속에서 간식을 먹었다. 멀리서 들리는 가게의 풍악소리보다 주변에 윙윙거리는 벌들이 훨씬 정감이 있다.

 

 

바람 타는 섬, 우도의 마을 길이 참으로 정갈하다. 바람의 실려 오는 봄날의 보리밭 향기는 덤이다.

 

 

 

 

유람선이 넘쳐날 정도로 많던 관광객들은 유명한 곳으로 전부 몰려갔다. 나만 조용한 마을 길을 걷는다. 호젓하기 그지 없다.

 

 

 

조용한 마을 골목을 타박타박 걸어 본다. 서둘지 않고, 그러나 풍경에 반한 눈은 바쁘다.

 

 

 

 

사람을 피해 가능한 조용한 곳을 걸은 탓에 적막하기까지 했다. 봄날에 잠긴 풍경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꽃길만을 걸을 수 없는 인생에서 꽃길이 따로 있는가. 이런 곳이 진짜 꽃길이다. 바짓가랑에 노란 물이 들었지만 싫지 않았다.

 

 

 

 

우도는 걷기에도 보기에도 꿈 같은 하루였다. 살아 있음이 이렇게 좋을 것을,, 나는 어쩌다 세상에 나와 이런 풍경을 만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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