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步

제주 올레길 2코스

마루안 2019. 3. 29. 22:12

 

 

올레길 2코스는 광치기 해변에서 온평포구까지  4시간 약간 넘게 걸리는 길이다. 그런데 초반에 걷는 올레길이 폐쇄 되면서 나머지 길이 아무 특색 없는 마을길이 많다. 아스팔트 길 걷느라 발바닥이 아팠다. 올레길 중에 비추천 길이다. 막힌 길 대신 우회 도로를 걷기에 약 3시간 정도 걸으면 충분할 거리로 짧아졌다.

 

2코스를 걷기 전에 광치기 해변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혼자 있기에도 둘이 보기에도 좋은 풍경이다.

 

여러 번 왔었던 성산 일출봉이 코앞에 보인다. 해변에서 말 타는 사람도 많다.

 

 

광치기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 보다 2코스를 시작할 때쯤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졌다. 3월의 제주 날씨 참 변화무쌍하다.

 

 

지도에는 있으나 잠시 폐쇄된 2코스 구간이다. 한적한 길을 잠시 걷다 돌아올 요량으로 들어가 보았다.

 

예전에 이 길을 두 번 걸었다. 그때는 걷는 사람도 많았고 오조리 포구 방향으로 난 둑방길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해질녘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무슨 일인지 이 길이 막혔다. 나중 문의해 보니 녹조 방지 때문이란다.

 

양식장에서 기르는 개가 있는 모양이다. 어디서 강아지들이 떼로 몰려와 꼬리 흔들며 펄쩍펄쩍 뛰면서 달려든다.

 

 

아름다웠던 오조 포구의 풍경을 뒤로 하고 우회 도로인 고성리로 들어섰다. 포장된 길을 하염 없이 걸어야 대수산봉에 닿는다.

 

 

대수산봉 입구다. 오름치고는 다소 깊고 험한 봉우리였다. 등산을 겸해 걷는 주민들이 많았다.

 

올레길에 무인 판매소가 있었다. 두 개씩 들어 있는 한 봉지에 천 원이다. 사려고 했더니 천 원짜리가 없어 포기했다.

 

대수산봉을 내려 오자 한동안 들길이 이어진다. 이런 들길을 걸을 때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제주의 겨울 무가 아직 출하 전이다. 폐기하기 위해 모아 놓은 듯하다. 올레길을 걷는 동안 뽑지 않고 방치된 무우밭이 많았다.

 

 

 

오전에 비가 와서 물이 고여 걷기 난감한 올레길이다. 할 수 없이 실례를 무릅쓰고 밭으로 잠깐 내려가 우회했다. 

 

무우밭이 지천인 들길을 걷다 보면 혼인지가 나온다. 인연을 맺은 연못이라는 뜻이다. 실제 젼통 혼례식이 열리기도 한단다.

 

아무도 없는 혼인지를 둘러 봤다.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동안 고요함이 딱 산중의 사찰에 있는 듯하다.

 

 

혼인지를 나오면 올레길은 큰 길을 건너서 온평 포구로 이어진다.

 

잔뜩 흐려진 날씨가 점점 물기를 머금더니 빗방울이 오락가락 한다. 저 멀리 온평 포구가 보인다. 조금만 가면 2코스 종점이다.

 

 

 

온평리는 생각보다 큰 마을이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 맞으며 잠시 마을길을 걸었다.

 

 

나그네의 다리를 쉬게 하는 정자에서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오늘 올레길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참 평온한 길이었다.

 

 

온평 포구에 첨성대를 본뜬 돗대가 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에 걸었던 2코스는 여기서 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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