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746

고재군 개인전 - 그리운 날에

포스터에서부터 끌림이 있었다. 그림도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이 작가의 그림이 그랬다. 구경하고 말 그림이 있는 반면 한 점쯤 사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그림이 있다. 고재군의 그림은 소장하고 싶은 그림이다. 그림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어떤 심성을 가졌기에 이렇게 시적인 그림을 그리는가. 작가가 궁금했다. 1972년 生이다.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개인전도 열 번 넘게 했고 단체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다. 작가는 그림은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비포장 도로에 늘어선 미루나무 사이로 덜컹거리며 달리는 완행 버스, 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드러지게 핀 봄날, 꽃길 아래 버스는 또 어떤가.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매력이 있다. 지나간 것들은 전부 그리운 것인가. 꽃 구경을 마치고..

여덟 通 2019.04.15

달 - 허문태

달 - 허문태 야간에 김밥집에서 일하는 여자라고 하면 그런 사람 한두 명이냐고 할 것 같아서 막내딸까지 대학 입학 시킨 엄마라고 하면 빚의 오라에서 풀려나기는 틀렸다고 할 것 같아서 남편 병간호 하며 반지하에서 월세 산다하면 보도블럭 갈라진 틈의 민들레 같다 할 것 같아서 좋은 시절을 꿈꾸는 것은 죄가 될 수 없는데 긴 밤을 잇는 통점들이 모래알처럼 뿌려져 있어서 수술도 못하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고 하면 다짜고짜 하늘 향해 삿대질 할 것 같아서 그냥, 달이라고 한다. *시집, 달을 끌고 가는 사내, 리토피아 목련의 미소 - 허문태 버스 정류장에서 붕어빵 굽는 여자, 오늘은 퉁퉁한 손에 하얀 가루 반죽을 언뜻 묻히고,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었다. 정 주면 설익고 모질면 까맣게 타버리는 마음이라도 보았다..

한줄 詩 2019.04.10

진달래 장의사 - 우대식

진달래 장의사 - 우대식 동강 낮은 물에서 낯선 밤을 지새고 호이호이 높고도 괴이한 소리 들으며 새벽 강을 빠져나왔다 언제나 뒤를 따르던 한 마리 삵이 허무를 부풀릴 따름이라고 모든 낯선 풍경을 거부했다 영월역으로 가다가 멈추어 선 자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의사가 그곳에 있었다 오랜 건물에 대교약졸(大巧若拙)의 한글체로 다붓다붓 쓰인 진달래 장의사 내 유언장을 깨진 얼음에 핀 매죽도(梅竹圖)처럼 새기나니 죽음 이후의 모든 일을 이곳에 맡긴다 모든 강이 끝나는 곳에서 백파의 잔해를 쓰다듬고 꽃피는 피안의 강가로 천천히 인도하는 곳 진달래 장의사 노란 장의 불빛 *시집, 단검, 실천문학사 영정 - 우대식 노친께서 오랜만에 막차를 타고 돌아오셨다 막막한 어둠의 길 짚어 불빛 서린 집에 당도하셨다 읍내에 ..

한줄 詩 201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