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그런 집중력이 생겼는지 아주 진지한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시인한테는 미안한데 김언은 시보다 비평글이 더 좋다. 그의 비평글은 묘하게 읽는 이를 집중하게 만든다. 문장에 공감하며 거기에 빨려들게 만드는 재주는 전적으로 글쓴이에게 달렸다. 아주 시적인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시론집이라고 하지만 어렵지 않게 읽힌다. 많은 평론가들이 온갖 문학 이론과 고상한 문장을 동원해 독자를 주눅 들게 만드는데 이 책은 쉽게 이해가 된다. 시에 관한 시인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니 어느덧 마지막 장이다. 근래에 이렇게 집중해서 읽은 책이 있었던가. 모처럼 책다운 책 읽은 기분이다. 혀를 뽑아 삼킬 듯이 숨막히는 키스와 함께 허벅지가 뻐근하도록 격렬한 섹스를 하고 나면 며칠 섹스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