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문장 - 성윤석 바람의 문장 - 성윤석 추억이란 자신의 아둔함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러나 어쩌나, 학교보다는 어리석음을 먼저 배워버렸으니, 雲井驛에 와 나는 사라져버린 우물을 생각한다. 우물은 구름이 되어 하늘에 떠 있다. 바람이 데려가버린 우물. 그 바람을 눈에 새겨 먼저 가버린 이를 나는 안.. 한줄 詩 2019.06.10
미학 수업 - 문광훈 문광훈 선생의 책을 또 읽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지만 글을 참 잘 쓴다. 대학 교수이면서 끊임없는 연구와 책읽기로 지식의 끈을 놓지 않는 양반이기도 하다. 그러나 왠지 이분 강의는 재미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말은 선생이 강의보다는 책으로 독자를 만나는 게 더 낫겠다는 말이다. 책 제목이 이라 교양 과목 강의 교재처럼 느껴지지만 일반인의 예술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하긴 대학 초급생 교양 강좌 교재로도 손색은 없다. 언제부터 학교가 초중고는 대학을 가기 위한 시험장이고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점 공장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교양은 뒷전이거나 사는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속보다 겉을, 든사람보다 난사람을 더 내세우는 현실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 책은.. 네줄 冊 2019.06.10
독신자 - 고정희 독신자 - 고정희 환절기의 옷장을 정리하듯 애증의 물꼬를 하나 둘 방류하는 밤이면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길, 내가 가야 할 저마치 길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크고 넓은 세상에 객사인지 횡사인지 모를 한 독신자의 시신이 기나긴 사연의 흰 시트에 덮이고 내가 잠시도 잊어본 적 .. 한줄 詩 2019.06.09
명왕성에 잠들다 - 이응준 명왕성에 잠들다 - 이응준 순교가 되지 않아 혁명을 하는 소년 쉬운 말로 사랑하고 싶었지만 괴로운 이별을 하고 만 소년 별이 있다면 별들의 바다가 있겠지 천사가 있다면 천사의 꽃도 있겠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홀로 싸웠던 나의 소년 피 묻은 주먹 슬픈 눈동자로 어둠과 얼음의.. 한줄 詩 2019.06.09
소들 마을 반상회 - 이성배 소들 마을 반상회 - 이성배 여섯 집, 까치의 가구 수가 더 많은 마을 청년회장 총대 양반이 내친 김에 노인회장도 맡기로 했습니다. 이장과 새마을지도자를 만나려면 파란 대문 집으로 가야 합니다. 부녀회장은 아직 사람이 없습니다. 고개 너머 소식 다 듣지 못해도 세상살이 서툴 게 없습니다. 개발위원장과 대동계 회장이 뒷산으로 나물 뜯으러 갔다가 이장네 집 감나무에 전입 세대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공석 많은데 곡식 먹일 주민들만 늘어난다고 개발위원장이 한걱정입니다. 구판장이 있던 우물가 빈터, 느티나무가 세대주입니다. 오늘은 면 대항 체육대회 선수 선발 내용 때문에 모였지만 뜀박질 선수는 없고 모두 막걸리 추렴 선수입니다. 회의 끝에 간밤에 달이 저수지를 건너 노인회장 집 마당까지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한줄 詩 2019.06.09
오늘의 밥값 - 박지웅 오늘의 밥값 - 박지웅 장대비를 든 물길이 흉흉하게 몰려간다 몸집을 키운 뒤에 사람의 집부터 털고 다니는, 폭우가 순식간에 폭도로 변한 것이다 뉴스는 또 그 지겨운 환경 이야기를 꺼낸다 환경의 역습이라는 말은 얼마나 우스운가 인간이 먼저 먹어치웠으니 밥값은 치러야지 식당에서.. 한줄 詩 2019.06.03
비가 계속되는 동안 세상은 조금 평등해진다 - 전형철 비가 계속되는 동안 세상은 조금 평등해진다 - 전형철 비가 계속되는 동안 세상은 조금 평등해진다 기억의 나무들이 단단해지고 웅덩이는 하늘을 닮고 패이거나 긁힌 흔적은 메워진다 12시 정각을 넘기고도 12시를 알리는 종이 끝나지 않을 때 이 별의 기울어진 축 보이지 않은 길 위의 마음은 왼쪽 뒷굽만 닳아 간다 땅보다 물 위에 많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생각하다 도린곁을 지키던 쥐똥나무처럼 웅크린 혈맥을 짚는다 비를 피한 먼지들이 놓여나듯 시간의 페이지 듬성해지고 잘못 배달된 엽서로 삭아 간 모든 당신들을 떠올릴 당신이 소나기와 소나기의 사이에서 물 한 잔을 마신다 식도를 따라 빈속으로 소나기가 한바탕 아침 산과 저녁 산의 높이가 바다와 더 가까워진다 *시집, 고요가 아니다, 천년의시작 금요일의 지구라트 - 전.. 한줄 詩 2019.06.03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호크니 전시회를 다녀왔다. 사설 미술관은 차치하더라도 공공 전시장 불모지였던 서울에 이런 미술관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정도 나들이 삼아 들르는 곳이다. 옛날 대법관 건물을 앞부문만 남기고 새로 개축했다는데 상설 전시는 물론이고 커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광화문에서 시작해 내처 시청까지 걸으며 덕수궁 돌담길의 계절 변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14년을 산 덕에 호크니 그림은 많이 봤다. 호크니는 영국인의 자랑이다. 영국인은 옛날 화가로는 윌리엄 터너, 현대 화가로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끔직히 사랑한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걸린 호크니 그림 앞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 전시는 처음이라는데 비싼 입장료에 비해 .. 여덟 通 2019.06.03
우드스탁을 떠나며 - 김요일 우드스탁을 떠나며 - 김요일 ―고백컨대, 신촌의 절반은 내 것이었다 철없던 계절의 뒷골목아, 안녕 뒤돌아보지 않으마 (3번테이블,볼셰비키앉아맥주를마신다) 안녕, 쓸쓸히 머리 푼 가로수야 마른 잎들아 나는 너를 떠난다 색 바랜 청동의 영웅도, 자욱한 최루탄 연기 같은 추억도 이젠 .. 한줄 詩 2019.06.02
등대 - 이원규 등대 - 이원규 무엇보다 먼저 격랑의 피가 흐르는 바다엔 돛단배 한 척과 한 시대의 슬픔이자 희망으로 기억될 등대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떠날 수밖에 없다 때로 의지 밖으로 표류하는 돛단배를 나누어 타고 마치 가랑잎처럼 나부끼며 떠나야 한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 한줄 詩 2019.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