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간다 - 류정환
빗속을 간다 - 류정환 발목을 적시지 않고 이 세상 어떻게 건널까. 밤낮으로 비가 내려 발끝마다 물길을 징검다리 건너듯 겅중거리는 빗줄기 사이, 사람들 사이 아무리 조심을 해도 입방아에 올라 이마를 찧듯 어느 틈에 신발에 물이 스며 양말이 젖고 옷깃이 젖어들고 우산 아래 아무리 몸을 줄여도 머리가 눅눅해지는 오후. 마음을 다치지 않고 이 세상 어떻게 건널까. *시집, 검은 밥에 관한 고백, 고두미 폭주족 - 류정환 누군가, 또 한 사람 이 세상을 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골목을 헤매고 있는지 좀처럼 귀가하지 않는 잠을 기다리는 여름밤, 비 쏟아져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지상(地上)은 젖어 있었던 게 틀림없어. 우산이 없이는 외출할 수 없는 이곳은, 그러니까, 잠시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