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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냐 - 박가인 개인전

우연히 공감 백 배의 전시회를 알게 되었다. 작품 기법이나 실력을 떠나 모두가 공감하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박가인 작가는 인생을 제대로 아는 예술가다. 박가인 작가는 자기 아버지를 모델로 삼았다. 직장에서 퇴직한 아버지의 무료한 일상을 몰래 찍은 듯한 기법으로 사진에 담았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으나 잠시 발길을 멈춘 사람에겐 위로가 필요하다. 흔히들 사는 게 뭐 별건가? 라고 말한다. 맞다. 그러면서 가끔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느냐고 푸념을 한다. 그게 인생이다. 사는 게 매일 재밌기만 하면 얼마나 인생이 번잡하고 시끄러울까. 인생에 모법 답안은 없다. 당연 정답도 없다. 재미없다면서 또 열심히, 아니면 다 그렇지 뭐, 하면서 꾸역꾸역 사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이 ..

여덟 通 2019.06.26

죄를 짓다 - 이돈형

죄를 짓다 - 이돈형 소매를 잡아당기면 마징가제트의 큰 입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여기는 중저음의 노래야 자전하고 있는 수인번호가 모여드는 공터야 고백을 할 때마다 죄는 쉬워졌다 우리 모두는 죄를 빼고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까 보일 듯 사라지는 입 모양을 따라 변신한다는 것은 케케묵은 마술 같았다 손을 씻어야지 누군가 뱉어놓은 침에서 무작정 환청이 들려왔지만 죄는 죄를 나무라지 않았다 이어폰을 끼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사함을 내밀면 비눗방울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의 울타리를 넘어갈 수 있을까 마징가제트의 큰 입속으로 들어가면 사라지는 사방들과 사라지는 죄의 잔해들 손을 씻어야겠지 죄를 보여주면 여죄는 투명해질까 망루 위에서 손을 흔들어도 버릇처럼 연기들은 피어올랐다 아무것도 불러낼 수 없는 24시 편의..

한줄 詩 2019.06.26

하마터면 더 열심히 시를 읽을 뻔했다.

오래전에 어느 시인이 하는 강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두 시간 가까이 그 시인은 참 열심히 강의를 했다. 강의 마지막에 질문 있으면 하라고 했다. 30명 가까운 사람이 전부 조용하다. 진행을 맡았던 주최 관계자가 어떤 질문도 괜찮다고 거들었다. 그래도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민망함에 서둘러 시인이 나서 진화를 하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자기 시가 너무 좋아서 모두 할 말을 잃은 것이라고 조크를 했다. 지금 같으면 그 어색한 침묵이 싫어 나라도 나섰을 것이다. 그때는 시도 잘 몰랐지만 말주변도 참 없었다. 시인이든 작가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 절망스러울 것이다. 시만 쓰느라 사회 적응을 못했고 숫기가 없어서 끼리끼리 모이는 곳에 잘 가지 않는다 치자. 가족끼리 돌려 보고도 모두 꿀 먹은 벙어리다...

열줄 哀 2019.06.23

강남을 읽다 - 전상봉

서울 강북에서만 38 년째 살고 있어서일까. 같은 서울인데도 강남이 먼 나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서울에 처음 정착하고 2년 후 옆 동네로 딱 한 번 이사를 하고는 36 년째 한곳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이사갈 일은 없을 듯하다. 애초에 투자에는 관심이 없었다. 재산 형성의 가장 좋은 방법은 땀흘려 번 돈 푼푼히 적금 들고 만기 되면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는 것이 최고라고 여긴다. 평생 복권 한 장 사본 적 없고 요행을 바라며 도박장 부근을 기웃거리다 심심풀이 도박을 해본 적 없다. 그저 곰처럼 일하면서 틈틈히 책 읽고 영화나 전시회장 다니고 휴가에는 여행을 가는 것이 최고의 호사다. 휴가도 젊었을 적 몇 번 성수기에 갔을 뿐, 철저히 성수기를 피해 간다. 비수기 여행이 번잡스럽지 않고 경비도 절약 되고..

네줄 冊 2019.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