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빗살무늬 상처에 대한 보고서 - 우대식

마루안 2019. 6. 27. 19:55



빗살무늬 상처에 대한 보고서 - 우대식



아내의 가슴에서
못 자국 두 개와 일곱 개 선명한 선이
발견되었다
못 자국 두 개의 출처는 내 분명히 알거니
빗살무늬 상처는 진정 알지 못한다
말도 없이 집을 나가 해변에서 보낸
나날들의 기록인가 생각해 보았다
혹 주막에서 보낸 내 생을
일이 년 단위로 가슴 깊이 간직한 탓이라고도
생각해보았다
매일 매일 생의 싸움터를 헤매인 것은
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왜 저의 가슴에 저토록 선명한 상처의 보고서가 남아 있는가
나 바다에서 죽음을 꿈꾸었을 때
그는 지상에서 죽어갔던 것



*시집, 단검, 실천문학사








살쾡이의 눈 - 우대식
-마쓰오 바쇼를 추억함



푸른 겨울밤 하늘,
냉골의 암자에서 흐린 술을 마시던 그대를 추억한다
댓돌에 가만히 얹혀 있을 한 짝 신발을 추억하는 것이다
모든 길을 걸어서 가야 한다
풍경이 울리는 마당가에서
늙은 물고기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얼어간다
무욕의 생이란 한낱 저 목어와 같아
쓰리디 쓰린 입술로 세상에 입을 맞추는 것
저 별빚이 내 가슴에 와 닿기까지
얼마만큼 서늘한 공간을 날아와 고단한 몸을 투신하는가
형형한 해골 하나를 추억한다
겨울밤,
거세하지 못한 내 생의 뿌리가 부끄럽다
혹 들판에 낱낱이 뿌려지는 하찮은 눈발이라도
제발 내 헛것에 감각을 불어넣어 다오
하여,
소용없음을 진각하게 해다오
꿈도 아닌 가난한 생의 저 밖을 헤매는
한 그루 겨울나무처럼
나, 여기
살쾡이 같았을 그대 눈을 이 밤 추억하는 것이다






*시인의 말


사람이 나를 이끈다.

허무가 나를 이끈다.

그곳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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