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유문식
어느 해 봄
교외선을 타고
신촌을 벗어나며
보았던 것 같다
철로 변 비탈
누군가의 잊혀지지 않은
그리움만 한 집에 널려 나부끼던
꿈속의 꿈같던 새하얀 셔츠 하나
부디 끝까지 하늘 냄새로 말려지길
바래보던,
그 이 시리던 설움 하나
*시집, 쓸쓸한 설렘, 천년의시작
장마 - 유문식
변두리 이발소 창밖으로 비가 내린다
깎아도 깎아도 웃자라는 슬픔의 변두리를
깎고 싶다며
공연히 자신이 낯설어 고개 숙이는 사람들 사이로,
모든 것은 결국 바닥까지 내려와서 흘러드는 법이라고
까불지들 말라고 말하며 비가 내린다
자꾸 높아지다 먹구름 된 꿈에 속아
시듦의 아름다움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 내 마음의 변두리에 비가 내린다
내 마음의 공터에, 내 마음에 짓다 만 체육관과 학교와
자전거 한 대 바람 빠진 바퀴로도 기어이 가는
내 마음의 공장 지대에 비가 내린다
이미 면도 거품 한가득 얼굴에 바른 듯한,
수심 가득한 얼굴로도 꿋꿋이 웃어주는
은퇴 앞둔 이발사의 빗질 사이로 우산으로도 가릴 수 없는
비가 내린다
# 유문식 시인은 1965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 대신중고를 졸업했다. 1994년 계간 <언어세계> 창간호에 김규동 시인과 박재삼 시인의 추천으로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쓸쓸한 설렘>이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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