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연꽃십자가 - 손원영교수 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

마루안 2020. 11. 7. 23:21

 

 

 

2016년 1월 경북 김천에 있는 개운사의 불상이 파괴된 사건이 있었다. 어느 60대 기독교 신자가 법당에 난입해서 불단에 놓인 불상 등을 훼손한 것이다. 이유는 불상이 우상숭배라는 거였다. 제지하는 스님을 밀치며 마귀라 소리치기도 했다.

 

불상 훼손 사건 다음 날 서울기독대학교 손원영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신학대 교수들이 신학생들을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라며 불교인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사흘 뒤에 개운사 법당 회복을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

 

이 모금에는 여러 지식인들이 참여하며 손교수를 응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7년 2월 서울기독대학교 이사회는 이 대학에 18년간 재직한 손원영 교수를 파면했다. 이유는 '그리스도교회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일삼고, 교원 성실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2017년 3월 손원영교수불법파면 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 그리고 파면 철회를 위한 시민대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한다. 그리고 손원영 교수 복직을 위한 지난한 투쟁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 책은 그간에 진행된 사건 과정과 법정 투쟁을 기록한 책이다.

 

한 사람의 명예 회복을 위해 많은 종교인들과 시민사회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나서 한국 개신교가 얼마나 시대에 뒤처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불교보다 많은 신자를 가진 개신교지만 덩치만 컸지 덩치값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불상 훼손이나 장승 파괴 등을 볼 때 드는 생각이 있다. 이런 행동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굳건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종교적 신념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자기 믿음에 자신이 없으면 이런 행동을 할까. 지하철에서 불신지옥, 예수천국을 외치는 행동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공포심 조작으로 선교를 할 게 아니라 종교인 스스로가 건전한 종교 활동을 하고 교회가 모범을 보이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온다.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교회를 가기도 하겠으나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을 왜곡하기 때문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서 개신교인에게 말해 주고 싶다. 자기 종교에 자신감을 갖자. 손원영 교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싸워 결국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받아 낸다. 이렇게 부당함에 맞서 끝까지 불의와 싸운 손교수야말로 진정한 기독교인이다. 그가 추구하는 종교 화합의 정신에도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의 제목이 종교 화합을 상징하기도 한다. 고진하 시인의 시 <연꽃과 십자가>에서 제목을 가져왔다고 한다. 모쪼록 교회가 덩치만 키울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참교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사람이 먼저인 종교여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연꽃과 십자가 - 고진하

벽이 허물어지는 아름다운 어울림을 보네.
저마다 가는 길이 다른
맨머리 스님과
십자성호를 긋는 신부님,
나란히 나란히 앉아 진리의 법을 나누는
아름다운 어울림을 보네.
늦은 깨달음이라도 깨달음은 아름답네.
자기보다 크고 둥근 원(圓)에
눈동자를 밀어 넣고 보면
연꽃은 눈흘김을 모른다는 것,
십자가는 헐뜯음을 모른다는 것,
연꽃보다 십자가보다 크신 분 앞에서는
연꽃과 십자가가는 둘이 아니라는 것,
하나도 아니지만 둘도 아니라는 것,
늦은 깨달음이라도 깨달음은 귀하다네.
늦은 어울림이라도 어울림은 향기롭네.
이쪽에서 <야호!> 소리치면
저쪽에서 <야호!> 화답하는 산울림처럼
이 산 저 산에 두루 메아리쳐 나아가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