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인 3이다 - 김추인 -호모 사피엔스의 幻 여기는 다중 우주, 다중의 내가 포착되는 교차로다 틀림없다 저 뒤태의 낯익음 민망스럽고 들키고 싶지 않은 저 어정쩡한 면상의 각도 나의 행색을 패러디한 나의 면상에 환을 친 그가 광화문을 횡단하고 있다 발밑에, 출구 없는 동굴이 있을 것이다 입구는 멀고 출구는 지난해야 한다는 그래서 문은 늘 손닿지 않는 아득함이 덧쌓인 그리움일 것 언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문을 따고 들어가 그 생각의 행간에 마땅치 않은 내 사유물을 접어 넣었음에 틀림없다 저 우그러진 표정 뒤에 내가 숨어 있음이라는 유추성 판단이 조립되는 것만 봐도 기시감의 골목, 솟을대문 앞이다 쫄바지를 입은 6살 상고머리 아이의 낯짝은 닫힌 문 안인지 내내 뒤통수뿐이다 시간의 세포들 매 순간 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