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줄 哀 69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일찌감치 찍을 후보를 정한 마당에도 이런 공약을 보면 잠시 멈추게 된다. 이전 경험에 의하면 후보들의 공약은 空約이기 한 것, 이 공약 또한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싶다. 후보를 비방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워낙 뜬구름 잡는 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내 언어에 웬만해선 들어가지 않는 단어가 있다. 절대로, 추호도, 진실로, 이런 단어는 내 언어에서 금기어다. 평소 언어를 아끼고 정제를 하면 이런 단어 쓰지 않아도 진정성이 전달된다. 나는 버킷리스트도 하나씩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지워간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이야 말로 마음을 닦는 일이다. 헛된 욕망이나 희망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포기해 보면 안다. 유독 요즘 드는 생각이다.

열줄 哀 2022.03.01

굶주림, 가장 슬픈 일

좋은 잡지 시사IN을 보다 사진 한 컷에 오래 눈길이 간다. 아프리카 이야기다.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아 농사는커녕 초지 자체가 사라졌다. 환경 재앙이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가축인들 오죽할까. 사진은 지붕의 볏짚을 벗겨 굶주린 가축에게 먹이는 장면이다. 세 마리 소는 저들에게 유일한 재산인데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굶겨 죽일 수 없어 지붕의 짚을 걷어낸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하다. 한쪽에서는 굶고 한쪽에서는 남아 버린다. 한국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얼마일까. 가정에서든 식당에서든 먹다 남겨 버려지는 음식으로 처리 비용이 엄청나다. 그로 인한 환경 오염은 또 얼마나 심각한가. 산책 나온 애완견들도 비만으로 뒤뚱거린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이렇게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지..

열줄 哀 2022.02.15

어른이 되기 위한 망각

*세련되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 안면으로 일을 들이밀 때는 일단 생각해 본 다음 메일로 답을 드리겠다거나, 상사가 당직을 바꾸자고 할 때를 대비한 적당한 핑곗거리 정도는 만들어 둬야지. 곁들어 말한다면, 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일은 경험에 비춰보건데 시작하지 않는 게 좋아. 일도 그르치고 인간관계도 불편해질 뿐이지. 기억해 둬. 거절을 잘하면 인생이 두 배는 편해진다는 것을, 가끔 인생은 결코 착하지 않은 나와 끝까지 착하게 보이려고 하는 나와의 끝없는 싸움이 아닐까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 *최갑수의 책 에서 발췌 # 한 살 더 먹었네. 언젠가부터 이 말이 불편해졌다. 어릴 때는 어떻게 하면 빨리 한 살 더 먹고 어른이 될까 했다. 아마도 서른 살까지는 그랬을 것이다..

열줄 哀 2022.01.02

잘 가라, 나쁜 년

# 참으로 징글징글한 코로나 시국이다. 난데 없는 전염병으로 일상이 망가진 지 어느덧 2년이 다 돼간다. 처음엔 몇 달 고생하면 괜찮아지겠지 했다. 그 암흑 같은 1년이 지나고 2021년, 올해는 괜찮아질 거야 기대를 했다. 그러기를 또 다시 1년을 보태 2년이다. 이렇게 길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며칠 전, 세 번째 백신 주사를 맞았다. 일명 부스터 샷이라는 3차 접종이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2차 맞은 지 딱 90일 째에 맞았다. 다행히 여태 코로나 안 걸리고 지나왔다. 이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 2년 동안 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보질 못했다. 떠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오죽하겠는가. 목줄 없이 풀어 놓고 자란 강아지가 목줄 못 견디는 것처럼 말이다. 11월 들어 시행한 위드 코..

열줄 哀 2021.12.31

백발의 고시촌 - 르포

https://news.v.daum.net/v/20210912080003943 '2평 방 안은 감옥 독방'..무덤 전 마지막 집은 고시촌 [편집자주] 44만513명. 지난해 늘어난 65세 인구 숫자다. 한해 사이 의정부시(인구 46만여 명) 한 곳을 채울만큼 노인 인구가 늘었다. 노령인구 증가폭은 계속 커져 2028년에는 한 해 52만8412 명에 달 news.v.daum.net "나는 돌연변이, 쓰레기봉투에 짐을 챙겨 고시원을 떠돈다" [편집자주] 44만513명. 지난해 늘어난 65세 인구 숫자다. 한해 사이 의정부시(인구 46만여 명) 한 곳을 채울만큼 노인 인구가 늘었다. 노령인구 증가폭은 계속 커져 2028년에는 한 해 52만8412 명에 달 news.v.daum.net 치솟는 집값·임대료..돈 ..

열줄 哀 2021.09.12

가족에게 연락은 하지 말아주세요

[2021 무연고사 리포트]'가족에게 연락은 하지 말아주세요'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고형광 팀장, 유병돈 기자,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가족에게 연락은 하지 말아 주세요.’ 서울에 거주하는 이숙자(74·여·가명)씨는 스스로를 잠재적 무연고자라고 news.v.daum.net # 우연히 이런 기사가 눈에 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내가 딱 그짝이다. 가족과의 불화가 심했던 콩가루 집안이기에 이런 기사가 더욱 눈에 들어올 것이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세상엔 참 기 막힌 사연이 많다. 누군가는 오죽하면 이랬을까 공감을 하거나, 또 누군가는 그래도 가족인데 하면서 혀를 끌끌 차기도 할 것이다. 나는 오죽하면 그랬을까다. 자기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여겼던 일이 불쑥 생기는 것이 인생사다...

열줄 哀 2021.08.27

아주 간단한 경우의 수

아주 간단한 경우의 수 - 차영섭 이거 하나 알았더니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 줄이야! 내가 친구에게 어떤 제의를 했을 때 받아들일 경우와 안 받아들일 경우의 수는 반 반이네 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좋아할 경우와 기분 나빠할 경우의 수도 반 반이네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안 받아들이면 기분 상하고 고통을 겪는데, 이것은 나와 남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남이 받아들이나 안 받아들이나 태연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경우의 수, 이 하나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네. 달을 보듯이 사람을 - 차영섭 사람을 항상 보름달처럼 바라본다면 말하지 않겠어요 달을 볼 때에는 초승달이라도 작지만 밝은 부분을 보고, 크고 어두운 부분은 아니 보지요 그런데 사람을 볼 때에는 크고 밝은 부분이 있는..

열줄 哀 2021.08.23

마이클 잭슨을 아시나요

흔히 한 분야에 독보적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 황제라는 호칭을 붙인다. 축구 황제 펠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등이다. 내 어릴 적 마이클 잭슨은 정말 황제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나는 별로 좋은 줄 모르겠는데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마이클 잭슨은 우상이었다. 워크맨이라는 휴대용 카세트에 테입이 늘어지도록 잭슨의 노래를 듣는 친구도 있었다. 천성이 빠른 곡을 좋아하지 않은 나도 당시의 잭슨 광풍을 피할 수 없었다. 마이클 잭슨이 죽은 후였을 것이다. 어쩌다 잭슨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젊은 직원이 그랬다. "마이클 잭슨이 흑인이었어요?" 내 조카 뻘 청년처럼 마이클 잭슨이 흑인인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흑인, 백인 구별하자는 것이 아니다. 잭슨에 대한 나의 관심은 그가 벗어나..

열줄 哀 2021.08.22

여덟 개의 슬픈 이야기

1, 비밀번호 한동안 헤어진 사람의 전화 번호를 잊지 않았다. 이유는 그 번호로 조합해 만든 비밀번호 때문이다. 가끔 생각한다. 아니 비밀번호를 넣을 때마다 생각한다. 대체 누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을까. 어느 쪽이었든 내가 먼저 붙잡았어야 했다. 2, 망나니를 위한 변명 얼마전에 뉴스에 팔순 어머니를 응급실에 버린 오십대 아들의 기사가 나왔다. 요양원에 있던 모친이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이켜 응급실에 실려왔고 응급 조치를 한 의사는 위기를 넘겼으니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어머니와 의사에게 폭언을 퍼붓는 이런 아들을 패륜아라고 부른다. 댓글 대부분이 아들에 대한 비판이다. 20년 후 너도 니 자식한테 똑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다. 등 악필이다. 그중 하나의 댓글이 눈에 띈다. 아들에게도 말 못할 사연이 있을..

열줄 哀 2020.06.21

신종 만남의 장소

예전의 만남의 장소는 종로2가에 종로서적이 있었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었던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주변에 커피집들이 즐비하고 스마트 시대인 요즘 서점에서 만나자는 사람도 있을까. 연속극이나 유행가에 첫눈 오는 날 OO역 광장에서 만나자는 구절이 있기는 했다. 역 광장 시계탑 아래는 비둘기들의 집합 장소다. 종로서적 없어지고는 서점 앞에서 만나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신촌에는 오래 된 서점 하나가 있다. 홍익문고다. 요즘은 서점도 책만 파는 곳이 아닌 문구나 카페 등 화려하고 세련된 부대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동네 서점도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홍익문고는 오직 책만 파는 곳이다. 그래서 좋다. 요즘 나의 신종 만남의 장소는 이곳이다.

열줄 哀 20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