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줄 哀 69

어느 시인의 시에 대한 넋두리

오늘날 시의 효용성과 가치를 따지는 일만큼 부질없는 짓은 없을 테다. 시가 돈도 밥도 명예도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공작이 펼친 깃털이 아름답다고 굶주린 자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시는 공작 깃털과 다를 바 없는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한 줌의 언어는 무력하고, 무력하고, 무력할 뿐이다. 밤과 바다, 무덤과 아침 이슬, 나뭇잎과 뿌리의 아름다움과 비밀을 누설하는 시가 식탁 위 후추통보다 더 쓸모없다는 게 중론이다. 쓸모없는 아름다움을 섬기는 시가 현실의 공리적 필요에 부응하지 못함을 부정할 수 없다. 시는 굶주림, 전염병, 인종청소, 전쟁, 폭력, 이념 갈등 같은 세상의 부조리와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시는 끊임없이 씌어져서 굶주린 새떼같이 독자를 찾아 날아간다. 시는 ..

열줄 哀 2020.03.27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한 글 목록

종로서적 교보문고 시집 코너가 작아졌다. 교보문고에 시집을 구하러 갔다. 오래된 시집 하나 최근에 나온 시집 하나. 둘 다 없다. 10분 거리의 영풍문고에 가도 없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개의 서점 모두 코너가 작아졌다. 겨우 한 칸이 전부다. 예전엔 여러 칸이 있었다. 특히 교보문고 시집 코너는 엄청 넓었다. 맹자가 말하길 무릇, 남이 나를 업신 여길 때에는 나 자신이 떳떳치 못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중얼거리며 웃다. 너무 멀리 온 길 언제 이렇게 먼 길을 걸어왔던가. 내 인생의 불발탄 참 저렴한 존경 툭 하면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이란다. 아예 접두어처럼 되었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무명가수의 꿈 30년 무명 끝에 히트를 했다. 사랑의 배신 한 때는 나에게 특별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열줄 哀 2020.03.15

우물 변천사의 추억

동네에 우물이 있었다. 큰샘, 아랫샘, 웃샘은 컸다. 지대가 높은 한쪽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바닥이 안 보이게 아주 깊었다. 우물에 대고 소리를 지르면 한참 후에 대답을 했다. 두레박을 내리면 철벅 소리가 들리고 한두 번 들었다놨다를 한 후 끌어 올렸다. 깊어서 한참 걸렸다. 몇 군데 집에서 마당가에 펌프물을 만들었다. 더운 여름날 밭에서 도아온 어머니는 우물물을 떠오라고 시켰다. 먼 공동 우물까지 가기 싫어 가까운 집에 이따금 펌프물을 떠왔다. 마중물을 넣어야 올라오지만 펌프질 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어머니는 물맛을 알았다. 웃샘에서 떠 온 것 아니네. 펌프물임을 어떻게 알았을까. 요즘 우물을 사용하는 집은 없다. 새벽이면 줄을 서야했던 동네 약수터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다. 생수 마시는 게 더 안..

열줄 哀 2020.02.27

중독

여러가지가 있다. 게임, 마약, 섹스, 도박, 종교,, 담배는 오래 전에 끊었다. 골초였다. 하루 한 갑은 피웠다. 이상 피웠다. 한 갑에서 남으면 게으름을 피웠다는 생각,, 술 절제, 오락, 복권 한 적이 없다. 게임도 하지 않는다, 그 흔한 스마트폰 게임도 일체 없다. 오직 책 읽는 것,, 음악 조금 듣는 것, 혼자 산책하는 것, 걷는 것, 중독까지는 아니어도 커피 정도, 녹차도 일절 안 마신다. 이빨이 누래질 없다.

열줄 哀 2020.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