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친구 아버님이 세상을 뜨셨다. 치매 초기부터 10년 가까이 집에서 돌봄을 받다가 나중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원으로 모신 지 2년 조금 지나서 돌아가신 것이다. 당신이 50대일 때 처음 뵈었다. 가끔 주말이면 친구와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친구 집에서 자고 온 적이 있다. 집이 정릉이었는데 친구 아버님은 교육자였다. 일요일 늦은 아침에 일어나 퉁퉁 부은 얼굴로 화장실에 갈 때면 당신은 거실에서 독서를 하고 계섰다. 딱 선비가 어울렸다. 언제나처럼 한치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다. 인사를 하면 돋보기 너머로 가볍게 목례를 보내고는 다시 책보기에 열중하셨다. 친구도 나처럼 5남매 막내였는데 그래서 친구와 아버지는 가족 중 비교적 살가운 관계였다. 술 담배도 안 하시고 휴일이면 등산을 하거나 가까운 산을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