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69

버리지 않는 마음 - 장혜영 사진전

집에서 가까운 홍대입구 작은 문화공간에서 열린 전시를 우연히 보았다.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다가 홍대까지 걸을 때가 자주 있다. 이곳은 이따금 차 마시러 들어간 곳인데 눈길 가는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선물도 사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작지만 실속 있는 이런 공간이 많았으면 한다. 내 취향은 아니어도 문화 공간은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장혜영이라는 젊은 작가는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작품 사진보다 기록 사진을 많이 찍는 모양이다. 홍대거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사진은 딱 요맘때와 맞아 떨어진다. 늦가울도 아니고 초겨울도 아닌 지금 몇 장 남은 은행잎이 각도가 많이 기울어진 햇살에 아직 미련이 남았다. 미처 떠나지 못한 몇 장의 은행잎이 날리는 홍대거리는 젊음으로 넘쳐난다. 나는 오늘..

여덟 通 2018.11.23

눈빛, 한국 사진의 작은 역사 -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 기념전

열화당과 함께 나의 예술 안목을 길러준 출판사가 눈빛이었다. 열악한 출판 환경에서 그것도 가장 안 팔린다는 사진 전문 출판사를 30년 동안 이어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한국 출판계에서 이규상 눈빛 대표는 귀한 존재다. 신념이나 끈기 없이는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온 눈빛 30주년 기념전이 열렸다. 일단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사진부터 둘러봐야 하건만 전시장 중앙에 진열된 사진집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탄성을 지르며 감탄했던 사진집들이 전부 욕심 나는 책이다. 몇 년 전부터 하나 둘 주변을 비우면서 미니멀리즘을 선언한 터라 만지작거리다가 그만 둔 책이 여럿인데 그래도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책을 넘겨볼 기회가 아주 소중했다. 책 욕심은 특히 사진집에 더 발동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

여덟 通 2018.11.17

박이소 특별전 - 기록과 기억

지난 여름부터 간다간다 하면서도 선뜻 나서지를 못했던 전시회다. 전시 기간이 짧으면 끝나기 전에 서둘러 가게 되는데 다소 긴 전시회는 이렇게 여유를 부리게 된다. 현대미술관이 멀리 있기도 하지만 바람이 선선해지면 가야지 했던 것도 있다. 나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외진 곳에 미술관을 지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복궁 옆에 있는 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자주 가는데 반해 과천관은 아주 큰맘을 먹지 않으면 발걸음을 하지 않게 된다.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도 있거니와 그 영화 촬영을 위한 셋트장이 아니고서야 그 구석진 자리에 미술관을 지어야 했을까. 박이소 전시회는 올해 관람한 전시회 중에 최고라 해도 될 정도로 박이소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거창한 전시회라도 ..

여덟 通 2018.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