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던 연극이었는데 이제야 봤다. 그동안 여러 번 무대에 올랐으나 해외에 있거나 시간이 맞지 않아 늘 놓쳤던 공연이다. 여전히 강신일이 나오고 정보석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화가와 조수가 시종 예술과 인생을 논하며 격론을 벌이는 2인극이다.
그 유명한 화가 <마크 로스코>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운 좋게 몇 년전에 그의 전시를 본 게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방대한 대사를 따라 가기가 버겁기는 했다. 연극을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
1958년 마크 로스코는 시그램 빌딩에 들어선 최고급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 연작을 맡는다. 그러나 3년여의 정성을 쏟아 작품을 완성했다가 갑자기 선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한다. 극작가 <존 로건>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드라마틱한 작품을 만들었다.
런던에서 2009년 초연을 해서 호평을 받았고 한국에도 2011년에 첫 공연을 시작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 무대란다. 초연부터 열연을 펼쳤던 강신일 공연을 봤다. 영화나 TV에서 접했으나 연극이 본업인 그는 이 작품에 최적화 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감독을 우선으로 고르고 연극은 배우를 우선으로 고른다. 강신일은 로스코 역에 딱 어울리는 배우다. 조수 <켄>과 주고 받는 대사가 자신을 향한 독백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밀려 오는 시류를 거부하던 그도 결국엔 수용을 한다. 예술은 길고 인생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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