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눈빛, 한국 사진의 작은 역사 -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 기념전

마루안 2018. 11. 17. 22:50

 

 

 

열화당과 함께 나의 예술 안목을 길러준 출판사가 눈빛이었다. 열악한 출판 환경에서 그것도 가장 안 팔린다는 사진 전문 출판사를 30년 동안 이어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한국 출판계에서 이규상 눈빛 대표는 귀한 존재다.

신념이나 끈기 없이는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온 눈빛 30주년 기념전이 열렸다. 일단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사진부터 둘러봐야 하건만 전시장 중앙에 진열된 사진집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탄성을 지르며 감탄했던 사진집들이 전부 욕심 나는 책이다.

몇 년 전부터 하나 둘 주변을 비우면서 미니멀리즘을 선언한 터라 만지작거리다가 그만 둔 책이 여럿인데 그래도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책을 넘겨볼 기회가 아주 소중했다. 책 욕심은 특히 사진집에 더 발동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한 번 방문으로 직성이 풀리지 않아 두 번을 갔다. 전시 작품이야 예전에 사진집에서 많이 봤던 것이지만 미처 들춰보지 못했던 사진집을 구경할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갈 때마다 사람들이 몇 권씩 구입하는 것을 봤다. 진정으로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전시 기간 중에 할인해주는 책이 많아서 책값 부담이 조금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사려다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 놓친 사진집을 만나는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더구나 사진집은 초판으로 절판되는 경우가 많아 한 번 놓치면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눈빛출판사가 얼마나 고마운 출판사인지를 새삼 느낀다.

눈빛에서 나온 주옥 같은 사진집은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앞으로의 눈빛이 더욱 기대가 된다. 100주년은 힘들겠으나 50주년은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드루킹처럼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두는 출판사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렇게 빛나는 출판사는 한국 문화계의 큰 자산이다. 모쪼록 눈빛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