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 안재민

마루안 2018. 5. 5. 22:45

 

 

 

참으로 귀한 다큐 영화다. 장편 영화로는 다소 짧은 70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잠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할 만큼 몰입도가 높다. 늙은 아들과 더 늙은 엄마의 이야기다. 칠순 아들이 구순 넘은 엄마를 봉양하는 이야기다.

 

어머니 권기선 여사는 열여덟 살에 종가댁 며느리로 들어와 평생 안동의 고택을 지켰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 하나를 길렀다. 그 아들이 예안이씨 종손 이준교 선생이다. 서울에 살던 아들이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홀로 고향에 내려온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며 시장 구경, 꽃 구경 등으로 효도를 다한다. 이 영화가 소중한 것이 구순 엄마의 일상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가 아들의 도옴으로 대소변을 보는 장면과 심지어 돌아가신 어머니의 입관 장면까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극영화 못지 않게 감동적이다. 어머니는 평생 사치를 모르고 소박한 음식으로 사셨지만 95세에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의 유일한 낙은 담배와 믹스 커피다. 아들은 친구이자 남편이었다. 아들 옆에서 세상을 뜬 엄마의 편안하게 이별을 한다.

 

영화 보는 내내 인생이 무엇인지, 늙음이란 무엇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백발의 아들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오열한다. 공수래공수거를 제대로 봤다. 욕심 부리지 않고 가능한 비우면서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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