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 김여환

마루안 2015. 7. 29. 00:12

 

 

 

호스피스 병동에서 암환자의 고통을 함께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여환 선생의 에세이다. 이 책을 쓰기까지 5년 동안 800여 명의 환자에게 임종 선언을 한 여성 의사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 주변 풍경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은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한 말기 환자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들어오는 곳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애 임종이 너무 가까운 사람은 호스피스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오자마자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를 보면 이미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상처를 받기에 삶의 마지막 시간을 즐길 여력이 있는 환자들만 입원을 허락한단다.

 

나는 이 많은 죽음의 풍경에서 유독 불행한 죽음에 관심이 갔다. 죽음을 앞둔 사람 앞에서 재산 상속 싸움을 하는 모습이다. 세상에나, 호스피스에 머무는 날이 길어야 한두 달일 텐데 그 와중에 상속 싸움이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많은 재산을 남기고 빈 손으로 가는 환자는 이 광경을 보면서 무슨 심정일까. 죽음의 질에도 빈부 차이가 있다. 고급 병동에서 의사의 극진한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있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 죽음을 맞는 사람도 있다.

 

모두 돈이 좌우한다. 의사도 이익을 많이 주는 환자에게 더 관심을 기울인다. 호스피스 병동이야 그런 차별이 없겠으나 병원은 분명 있다. 떠나는 길에 누군들 회한이 없겠는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 

 

생전에 아득바득 재산을 탐하지 말고 떠나기 전에 기부를 하자. 가능한 재산은 남기지 말자. 책 제목처럼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