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벼랑에 선 사람들 - 제정임 외

마루안 2015. 8. 9. 21:55

 

 

 

가능한 이런 류의 책은 읽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많이 배우고 잘 나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돈 많이 벌어 출세했다는 성공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반면 가난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 이야기에는 솔깃해진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벼랑에 선 사람들 이야기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 언제 사고가 나서 다치거나 생명이 위험해지는 열악한 노동 환경 등 밥줄에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인생이 오리무중이고 가시밭길이라해도 이 책에서 다룬 사람들 이야기는 참 눈물겹다.

누구나 가고 싶은 직장은 대기업이나 은행, 공기업, 공무원 등이다. 그래서 이런 쪽은 취업 경쟁률이 높다. 이 구도에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인력이 많다는 의미다. 100대1 경쟁률이라면 합격자가 그만두더라도 언제든 나머니 99명이 대체할 수 있다.

반면 이 책에서 다룬 직종은 대체 인력이 많지 않다. 그래서 경쟁률도 높은 편이 아니다. 꼭 있어야 할 직종에서 일하는데 급여가 대기업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 생계비로 연명한다. 세상에 꼭 필요한 직종인데도 말이다.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 하나가 적성에 맞지 않아 사표를 쓴다고 치자. 그 빈 자리를 메꿀 사람은 많다. 지금도 대학 도서관이나 노량진 학원가에는 몇 년씩 그 자리에 가기 위해 공부에 매달리는 취준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벼랑에 선 사람들>, 제목도 참 사실적이다. 보통 사람들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평온한 세상에는 벼랑처럼 가파른 곳에서 행여나 떨어질까 위태롭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자정까지 영업을 하는 맥도널드 매장은 문을 닫은 한밤중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장엔 불이 꺼졌지만 주방 천장의 환풍기와 하수구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이다. 닭과 감자를 튀길 때 나온 기름때가 덕지덕지 앉은 기구를 닦아내야만 다음 날 장사를 한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이 나온다. 대부분 기피하고 알아 주지 않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은 남들 눈에 띄지 않은 시간에 일을 해야 한다. 진정 이들이 제대로 대우하는 적정 임금과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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