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425

덜어내고 덜 버리고 - 오한빛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예전엔 환경문제를 그저 입으로 떠들었다면 소극적이나마 실천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거창할 것은 없다. 이 책 제목처럼 덜어내고, 덜 먹고, 덜 버리자는 거다. 무턱대고 실천하기보다 이런 책을 읽고 자극을 받거나 공부를 하면 된다. 그러다가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실천해 보는 거다. 좋은 자동차나 명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남의 차와 옷차림에도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것보다 되레 이런 책에 관심이 간다. 옷장에 옷이 가득한데도 입을 옷이 없는 것처럼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미혼의 젊은 여성으로 친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한창 멋을 부리고 꾸미는 데 돈을 쓸 나이인데도 화장도 몇 가지 기초 화장 외에는 하지 않고 옷도 교복처럼..

네줄 冊 2022.03.19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김영민

얼마 전에 끝난 대선 결과에 실망한 나머지 한 며칠 가능한 정치 뉴스를 멀리했다. 이런 걸 멘붕이라고 하던가. 그래도 워낙 넘어졌다 일어서는데 단련이 잘 되어 있기에 금방 추스리고 이 책을 읽었다. 누군 나이 먹으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데 나는 거꾸로다. 확실히 나는 돌연변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나 DNA 자체가 절대 보수는 될 수 없게 설정되었지 싶다. 그러면서 점점 정치적 인간이 되어간다. 차일피일 미뤘던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부제가 이다. 저자 김영민은 다재다능한 학자다. 평소 끊임없는 공부를 한 탓에 다방면에 정치적인 숨결을 불어 넣는 글을 쓴다. 이 책에도 전방위적인 분야를 오가며 독자가 정치적 동물임을 깨닫게 한다. 책, 영화, 미술, 사진 등 저자가 접했던 독서량으로 인한 지식에서 자신..

네줄 冊 2022.03.16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 최백규 시집

모처럼 혼신을 다해 빨려들어가 읽은 시집 하나를 만났다. 일단 라는 서정성 짙은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아마도 제목으로나 작품성으로도 당분간 이만한 시집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래 회자될 시집은 제목부터 먼저 뇌리에 확 박혀야 한다. 시 내용 또한 서른 살의 시인이 맞는가 싶게 밀도가 있어서 여백에서마저 긴 여운이 남는다. 耳順의 시를 쓰는 서른 살이랄까. 독자를 빨아 들이며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은 이 시인의 탁월한 능력이다. 시집이 나온 게 올 초인데 의도된 오타인가. 단 한 줄의 시인의 말 끝에 2022년 여름에 시집을 냈단다. 가까운 미래다. 첫 시집인데 할 말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런 시인의 말 또한 깊은 공감이 간다. 이래저래 괜찮은 시인 하나 가슴에 담..

네줄 冊 2022.03.13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 김명기 시집

시집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인이 있는데 김명기 시인이 그렇다. 어쩌다 이 시인에게 꽂혀 찐팬이 되었다. 누구 영향 받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시인에 대한 호불호도 내 스스로 터득한 기술이다. 채이거나 엎어지면서 무릎팍이 까지는 온갖 생채기 뒤끝에 얻은 것이다. 나는 지금도 시인이나 평론가 등 명사들이 추천하는 책을 믿지 않는다. 처음부터 안 믿은 것은 아니다. 믿고 따라가 봤는데 별로였기에 가능한 따라가지 않는 것뿐이다. 그들의 지성을 존중한다. 그들은 좋은 책을 추천할 자격이 있다. 다만 내 능력 밖의 고급 수준이거나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아서다. 내가 아무리 독고다이라지만 귀를 완전히 막고 사는 것은 아니다. 思考도 고여 있으면 썩는다. 나라고 왜 확증편향이 없겠는가. 어쩌면 태극기 할배들 못지..

네줄 冊 2022.03.11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체제론 - 남기업

흔히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한다. 점점 그 말이 맞아 가고 있다. 전 가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점점 그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가장 뜨거운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주관심사다. 이 책은 남기업 선생의 부동산 공화국 탈출기다. 어차피 앞으로도 아파트라는 부동산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에서 벗어날 일은 없겠기에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아파트에 관심 끄고 살기는 힘들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공감을 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도 부동산 정책이다. 이번 대선도 이 불만을 얼마나 다독일 수 있는 공약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내 의견보다 공감이 가는 책 일부를 밑에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2019년 56.3%가 주택..

네줄 冊 2022.03.03

나는 나답게 나이들기로 했다 - 이현수

사다 놓고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다 뒤늦게 읽은 책이다. 시간에 쫓기고 책 읽는 동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는데도 책에 대한 욕심은 꺼질 줄 모른다. 이 책에 대한 갈망을 언제쯤 떼어 놓을 수 있을까. 어쨌든 이 책은 건강 에세이 읽듯이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가 남자인 줄 알았는데 읽어 가면서 여성임을 알 수 있다. 수십 년간 병원과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접해온 심리학 박사다. 50 이후의 마음 가짐과 건강한 삶을 누리고 죽음을 대비하는 심리까지 꼼꼼하게 썼다. 누군들 나이 먹는 걸 좋아할까마는 저자는 늙어서 좋은 것 딱 하나는 지혜라고 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노인들은 나이 먹을수록 지혜와 포용심이 느는 것이 아니라 심술과 고집이 늘어난다. 50대 끝자락인 나부터 보자. 저자는 조금..

네줄 冊 2022.02.19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 심재휘

심재휘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을 냈다. 그는 1997년에 등단했고 햇수로 25년이다. 그동안 다섯 권을 냈으니 5년에 한 권 꼴이라 비교적 과작인 셈이다. 하긴 10년 만에 시집을 내는 사람도 많으니 이나마 다행으로 여긴다. 네 번째 시집에서 홀딱 빠졌었기에 다음 시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4년 만에 나와 반가웠다.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 , 다. 이전의 시집 으로 2019년 제1회 김종철문학상을 수상했던 시인은 이후 런던에 머물렀던 모양이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중인 그는 연구년을 맞아 한동안 런던에 체류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런던에 관한 시가 여럿 실려 눈길을 끈다. 나는 2002년 12월 21일에 떠나서 2017년 5월 25일까지 15년을 런던에 살았다. 그 기간에..

네줄 冊 2022.02.17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 류흔 시집

출판사 서평과 해설을 보면 이 시집을 읽은 당신에게 경배와 존경을,, 어쩌고 나오는데 나는 경배까지 받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두꺼운 시집이 나왔어? 하는 탄성 정도랄까. 실제 시집 마지막 페이지 숫자가 548이다. 다섯 권 정도의 시집을 한꺼번에 묶었다고 보면 된다. 실제 세 보지는 않았으나 시집 해설에서 322편의 시가 실렸다고 한다. 보통 시집 한 권에 60편 내외의 시가 실리고 값도 1만원 안짝인데 이 시집은 1만 3천 원이니 실린 시편에 비해 저렴하게 읽었다는 위안 정도랄까. 나같은 쫌팽이 독자는 이 고귀한 문학 작품에 책값을 결부시킨다. 어쨌거나 나는 몇 년 전에 읽은 첫 시집부터 이 시인에게 관심이 있었다. 비교적 시적 호흡이 고르고 자기 만의 개성이 담긴 시가 인상적이었다. 류흔은 흔히 시..

네줄 冊 2022.02.15

유행가들 - 김형수

시인 김형수가 쓴 유행가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1959년에 출생했기에 한국 유행가의 흐름을 제대로 경함한 세대다. 그러고 보니 1959년에 태어난 시인들이 참 많다. 베이비 붐 세대이긴 해도 유독 눈에 많이 띈다. 1958년 생인 누나 말에 의하면 한 교실에 70명쯤 되었다나? 유시민도 1959년 생이다. 구정을 전후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몇 권의 책과 시집을 읽었다. 밀린 숙제 하듯 미뤘던 책을 읽을 수 있는 연휴가 소중하기 그지 없다.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닌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가 있다. 책 속에 언급된 노래를 찾아 듣느라 무척 더디다. 궁금한 것 그냥 못 지나치는 편이라 더욱 그렇다. 비교적 뽕짝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도 처음 듣는 노래도 있다. 유행가 역사에서 한국 생활..

네줄 冊 2022.02.12

치약을 마중 나온 칫솔 - 정덕재 시집

나는 유행 따라가는 데에 젬병이다. 최신 휴대폰이 나왔다고 바로 달려가지 않는다. 심지어 새폰으로 바꿀 때도 한두 해 지난 구형 모델을 선택한다. 옷이나 구두, 시계 같은 패션 유행과 속칭 핫플이나 맛집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래도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딱 최신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은 출판물이다. 지독한 활자중독자라고 할까. 단 하루도 시집을 펼치지 않거나 글을 읽지 않으면 밥을 굶은 것처럼 허전하다. 만 원짜리 점심 메뉴와 만 원짜리 시집 중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 시집을 집는다. 물론 굶으면서까지 책을 읽고 싶지는 않다. 김밥같은 싼 메뉴로 끼니를 때울지언정 관심 가는 책을 외면하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을 사지 못할 정도로 궁핍하진 않으나 책 읽을 시간이 가난한 것은 맞다. 그동안 시간을 낭..

네줄 冊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