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오월의 봄에서 좋은 책을 냈다. <남자들의 방>이라는 이색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문제작이다. 누구도 건들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유흥 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예전에 뉴스에 오르내렸던 버닝썬과 아레나에서 어떻게 남자들만의 세계가 펼쳐지는지도 세세하게 알려준다. 유흥업소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고 할까.
사람이 밥만을 먹고 살 수 없어서인지 한국의 유흥업소는 코로나가 창궐하는 중에도 늘 성업 중이었다. 그런 곳이 코로나 감염의 온상이 되어 뉴스에 나오기도 했듯이 말이다.
유명한 클럽일수록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말 그대로 돈이 될 만한 남자가 아니면 입장이 거부된다. 돈만 있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을 흐리지 않을 사람이어야 한다.
여자를 공짜로 입장시키는 것도 어장관리 차원이다. 남자들은 술만 마시기 위해 클럽을 가지 않는다. 예쁘고 잘 노는 여자가 많아야 남자들이 오고 오래 머물며 매상을 올린다. 클럽의 영업 방침이다.
클럽에 오는 남자들은 자기 테이블에서 많은 술을 마실수록 진정한 남자로 취급받는다. 버닝썬에 1억짜리 <만수르 세트>가 존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룸살롱이나 노래방에도 유흥은 이어지고 일하는 여성이 존재한다. 이런 곳은 흔히 보도방이란 곳을 통해 아가씨를 공급받는다. 저자는 아가씨라는 단어가 업소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알려준다.
음식점에 이모가 있듯이 술집에는 아가씨가 있다. 40대 노래방 도우미도 아가씨로 통칭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성매매 피해여성 상담소에서 일하는 활동가여서 많은 아가씨를 만났다.
유흥업소 아가씨는 룸에 들어가면 남성의 소유물로 취급 받는다. 진상을 만나도 술을 마시라는 강요도 거부할 수 없는 을의 위치에 있다. 유흥업소의 유흥은 남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가씨노동으로 칭한다. 쉽게 돈을 번다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아가씨노동은 중노동이다. 온갖 멸시와 2차로 통하는 성매매 강요와 지나친 음주로 건강을 망가뜨린다.
자기도 취하고 남성 손님도 취하게 해야 업소도 돈을 벌고 아가씨한테 떨어지는 돈도 늘어난다. 단숨에 읽어내려간 흥미로운 책이다. 오늘도 남자들은 남성들의 방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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