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민들레를 울렸을까 - 이은심 올봄엔 노랑에 든 도둑이나 되어야겠다 손을 들어도 새 울음 따위가 그냥 지나가는 춘분의 변두리 존댓말로 입술을 핥는 아득함 속에서 내가 당신을 울렸을까 모아놓은 느낌표를 잠시의 사소함에 줘버리고 작년만큼 웃었는지 당신 없는 웃음을 접어 날렸는지 봄은 아무에게나 오지만 아무나 아픈 봄은 아닌 걸 세상이 쪼그려 앉아야 잘 보일 때 봄은 옳았고 앉은키로 다가가는 당신에겐 다 커버린 상처를 지지하는 혼자만의 처세술이 옳았다 장수하는 국화과의 아픔이 낳았으나 기르지 못한 미만(未滿)의 슬픔을 가만히 끊고자 무딘 노랑을 민들레로 보았던 것이다 냉이나 달래 앞에 허리를 굽힐 때 담벼락 아래 옆으로 옆으로 번성하며 꼭 하루 부족했구나 우리 사이 들판처럼 멀리 나가는 난색(難色)은 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