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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실의 천사 - 권진규 탄생 100주년 전시회

시립미술관에서 권진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제목인 가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전시회 설명을 찾아 보니 노실의 천사는 1972년 3월 3일 조선일보 연재 기사에 실린 권진규의 시, 에서 인용했다고 한다. 그의 삶과 예술을 담은 이 시에서 노실의 천사는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으로 아틀리에의 천사, 즉 그가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한 정신적 실체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을 읽고 제대로 이해를 했다. 이번 전시는 권진규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언제 이렇게 방대한 권진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가. 그가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는 것 때문에 그동안 나는 불운의 조각가로만 알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권진규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함과 동시에 그의 삶도 알게 되었다. 전시장 곳곳에 작..

여덟 通 2022.04.23

죽은 설교자 - 최규환

죽은 설교자 - 최규환 오래된 어촌 상회에서 컵라면을 말아먹던 사람 엽서에 적힌 안부가 궁금해 뜨거움을 불면서 해가 지고 있다고만 말하고 세상 누구보다 고독한 등을 보이지 않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였으나 그가 적어놓은 운율은 바다에서 들려오는 비밀이었다 집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동안 정말이지 가까운 약속이 오고야 말았고 빼곡한 노트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부서질 듯 무너질 듯 삶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는 죽음일 거라 여기면서 세상은 빛으로 사는 게 아니라 그늘에 담긴 내용을 읽고 가는 울음일 거라 말하면서 바람 부는 방향에서 회오리가 쳤는데 오늘처럼 먼 산 보는 일이 잦았던 어느 봄날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였으나 집으로 가는 길은 마음만으론 갈 수 있는 건 아니고 견디는 식물의 맘 어..

한줄 詩 2022.04.23

나사렛 2 - 전대호

나사렛 2 - 전대호 방위할 때 역전에서 마주치던 창녀들을 기억한다. 그는 나사렛 사람, 창녀의 친구. 엠비씨 신인왕 출신의 전직 복서 강 사범에게, 형, 사람 때리면 기분이 어때? 하니, 사람은 묶어놓고 때려본 놈들이 제일 잘 때려, 하더군. 봇이라도 좋으니 클릭해줘, 짜릿한 클릭, 황홀한 클릭. 네가 교수가 될 줄 알았어. 부동산 하는 친구가 나를 50층 옥상 전망대로 이끈다. 저쪽은 동탄, 이쪽은 광교. 강 사범은 퀼른에서 불량배 세 명의 빗장뼈 연골을 부러뜨린 적이 있다. 경찰이 무기를 내놓으라 다그쳤을 때 강 사범이 내민 것은, 맨손이었다. 봇이라도 좋으니 날 교수로 불러줘, 짜릿짜릿 교수, 으쓱으쓱 교수. 방위할 때 역전에서 마주치던 창녀들을 기억한다. 나사렛 아가씨들, 나사렛 아줌마들. *시..

한줄 詩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