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 김승종 태평동 여인숙 골목 요양원으로 아내 따라 그는 장인 뵈러 간다 푸른 하늘 계수나무 아래에서 돛대 없이 난발 장인은 늙어 가고 삿대 없이 단발 아내는 어려 가는데 누가 토끼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그는 알 수 없지 눈썹 사이 주름 같은 그 길로 다시 이른 자리 해병 이병처럼 각지게 머리 깎여 미용사 출신 원장 옆에서 한 번 웃다가 엎드리고 막무가내로 끼니 외면한다 그가 앉히려다 식욕 같은 힘에 물러서고 아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눈 뜨지 않는다 누구에게 분노하는 건가 혹 자신에겐가 알 수 없다 그는 알 수 없지 태평동 붉은 창문 닫힌 여인숙 골목 고개 숙이고 그는 아내 따라가 눈 감고 분노하는 장인 뵈어야 한다 어제인지 내일인지 푸른 하늘 계수나무 아래에서 서쪽 나라로 갔던 장모가 절구를 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