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할 자격 - 김륭 쌀을 씻어 안치다, 문득 고양이 밥부터 챙긴다 이럴 땐 나도 발이 네 개인 것처럼 착하다 작은 밥그릇 앞에서 한순간 세상의 전부가 된 밥그릇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밥그릇 속에 머리부터 집어넣고서는 굳건하다 아기 고양이, 아기를 버티는 있는 네 개의 발 새가 온다, 나비가 온다, 발을 가지러 아기를 가지러 운 좋은 날이면 귀뚜라미를 톡톡 두드려 울음을 꺼내듯 한 생을 건너 밥그릇이다, 하나뿐인 밥그릇 하나를 지키기 위해 버티고 선 저, 네 개의 발은 잘려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부장(副葬)이다 죽어서도 뛸 수 있는 심장의 상상력이다 당신을 기다리는 일이 그랬다 *시집/ 나의 머랭 선생님/ 시인의 일요일 나는 이 이야기를 나의 머랭 선생님에게 해 주었다 - 김륭 좀 많이 늦었지만 결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