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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은 아프다 - 이영춘

별똥별은 아프다 - 이영춘 발자국 하나 남기려고 저토록 몸부림치는 꽃잎들 꽃잎 속에서 물방울이 튄다 꽃잎 속에서 바람에 분다 물 오른 나무 한 그루 하얗게 일렁이는 그림자 속에 그림자들이 숨어드는 그 꽃잎 숲에 이름표를 단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나무들이 별을 안고 별처럼 어둠을 뚫고 간다 닿을 수 없는 저 허공의 아득한 하늘 끝자락에 구름 기둥 하나 둥둥 떠간다 물방울 기둥 하나 하얀 가루로 부서져 내린다 어제는 심장에 방아쇠를 당긴 헤밍웨이가 깃발을 올리고 오늘은 긴 코트 자락에 자갈돌을 삼킨 울프가 강물 속으로 걸어간다 내일은 반 고흐가 귀 없는 귀로 오베르 밀밭으로 걸어 들어가 잘라낸 귀 한쪽을 찾아 총총 하늘로 올라갈 것이다 하늘이 열리고 지상은 문을 닫는다 이름 없이 사라질 꽃잎, 꽃잎들 별..

한줄 詩 2022.04.22

어머니의 끼니 - 김용태

어머니의 끼니 - 김용태 내가 개(犬)와 다를 게 없나니 비쩍 마른 어미의 젖을 빨아대는 살집 투실한 강아지를 아버지께선 자주 떼어놓곤 하셨는데 내 어릴 적 배고픔도 고픔이려니와 빵을 얻어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여 하굣길엔 취로사업중인 어머니를 버릇처럼 찾아갔었다 그날도 어머니는 흘러내린 코를 닦아 주시며 품에서 빵을 꺼내 건네셨고 철없이 그 걸 받아 달게 먹고 돌아서는 순간, 점심을 또 자식놈한테 빼앗겼으니 기나 긴 해를 어떻게 견딜 거냐며 어머니를 나무라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산새가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산골 시오릿길을 엄마, 엄마라는 이름을 그 새처럼 부르며 울며 내려 온 그날 이후, 비로소 죽순처럼 자란 내 소견과 당신의 끼니를 바꿀 수가 있었다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오늘의문학사 ..

한줄 詩 2022.04.22

영원히 사울 레이터

요즘 머리맡에 두고 틈틈히 들춰보는 사진집이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군데군데 만나는 짧은 문구가 눈을 잠시 쉬어 가게 한다. 사울 레이터는 뒤늦게 유명세를 얻은 작가지만 참 시적인 작품을 남겼다. 필름으로만 있고 아직 인쇄되어 발굴되지 않은 사진이 많다고 한다. 이 책에서 실린 사진만으로도 사울 레이터의 세계을 이해하는데 손색이 없다. 사울 레이터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은 장면을 담았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본 풍경은 5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여행지에서 떼로 몰려 다니는 사진가들을 자주 본다. 누구나 찍을 수 있는 풍경을 찍기 위해 전봇대에 늘어선 참새들처럼 같은 장소에서 줄줄이 모여 사진을 찍는다. 과연 자신만의 특색이 나올까. 모든 사진이 작품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스..

네줄 冊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