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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쓰며 짖는 개에게 - 김명기

악을 쓰며 짖는 개에게 - 김명기 나도 살자고 한 일이라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어디 갈 곳이라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기억하는 것을 지우고 숙명이란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관계는 참 비통하지 버리고 돌아선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어디선가 속죄를 대신 할 사람이 너를 찾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벽에 머리를 찧으며 끊임없이 왜냐고 묻고 있지만 대답해 줄 수가 없다 공손한 너를 데리고 저녁 한때를 걸어가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오직 오늘만은 살아야겠다고 발버둥 치는 우리는 같은 족속일지도 모른다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하는 아나키처럼 서로의 슬픔을 막아서는 중이다 더 이상 맨발인 너를 위해 해 줄 게 없구나 곧 체념이 친구처럼 옆에 와 누울 것이다 쏟아붓는 기원과 비통은 회랑..

한줄 詩 2022.05.03

가끔 구름 많음 오후 한때 소나기 - 송병호

가끔 구름 많음 오후 한때 소나기 - 송병호 일기예보에 벌이나 나비가 관여할 수 있을까? 휴대전화나 비밀번호는 암호화되어 있는데 예보는 예보와 상관없이 모호한 자리를 암호화한다 점친다는 것. 맞으면 좋고 안 맞아도 그만이지만 심기가 불편하다 밑줄 친 그래프에 마침표가 없는 부호는 끝이 아닌 꽃의 농담 같다 얇은 외출을 만지작거리는 비구름의 속삭임 햇볕에 구운 바삭한 찻잎 부각을 찻잔에 올린다 안개알갱이가 이동하는 후텁한 습濕 소나기가 오려나 믿었던 외출이 젖어 진정할 수밖에 없었던 냉정, 자기 결여는 증상을 짚지만 꼬리 잘린 도마뱀의 행적이 묘연한 추측성 요행으로 점쳐보는 배후, 뜻밖에 날숨을 고르듯 제2막을 예보한다 구멍 숭숭한 나뭇잎을 가로지른 자벌레 여전히 무엇을 재고 있다 *시집/ 괄호는 다음을 ..

한줄 詩 2022.05.03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 - 제시카 판조

아파트 값 상승 같은 가정 경제에 도움은 안 되지만 지구를 생각하는 삶에는 꼭 필요한 책이다. 라는 책 제목에서 무슨 내용일지 금방 들어온다. 말 그대로 내가 먹는 음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다. 평소 관심이 많던 분야라 단숨에 읽었다. 듣기 좋은 꽃 노래도 열 번 들으면 질린다지만 환경 문제는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장 편리함만 쫓다 훗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 저자는 자기가 마주하는 밥상의 식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를 묻게 만든다. 가령 이런 문장이다. . 이 얼마나 명징하게 박히는 글인가. 자기 텃밭에서 기른 농산물로 식사를 해결하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웬만하면 가공식품보다 지역에서 나는 재철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

네줄 冊 202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