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쓰며 짖는 개에게 - 김명기 나도 살자고 한 일이라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어디 갈 곳이라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기억하는 것을 지우고 숙명이란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관계는 참 비통하지 버리고 돌아선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어디선가 속죄를 대신 할 사람이 너를 찾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벽에 머리를 찧으며 끊임없이 왜냐고 묻고 있지만 대답해 줄 수가 없다 공손한 너를 데리고 저녁 한때를 걸어가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오직 오늘만은 살아야겠다고 발버둥 치는 우리는 같은 족속일지도 모른다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하는 아나키처럼 서로의 슬픔을 막아서는 중이다 더 이상 맨발인 너를 위해 해 줄 게 없구나 곧 체념이 친구처럼 옆에 와 누울 것이다 쏟아붓는 기원과 비통은 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