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생 - 박용하 상처받는 자들 그들도 달빛을 받는다 그 달빛으로 자신만 알고 있는 나무 곁에 서서 쫓겨난 집과 학교를 바라보고 있는 그 오랜 묵시의 동굴을 따라 지구 반대에서 태양을 건져 올린다 천천히 자신의 이름이 지워질 때까지 천천히 자신의 주소가 소나무 숲일 때까지 어떤 조롱이 그를 더 멀리까지 밤길을 굴리게 한다 어떤 질타가 그를 더 멀리까지 빗방울의 밤들을 꿈 밝히게 한다 상처받는 자들 그들도 달빛을 받는다 그 달빛으로 새들도 깃들이지 않는 벌판의 헛간에서 죽음을 나열하는 뒤죽박죽의 나뭇잎들을 탓하지 않으며 기억의 먼지들을, 모멸을, 생의 푸른 상처들을 불타는 물로 자존의 복수를 방전한다 스스로 구름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번개일 때까지 얼마나 많은 비의 눈빛들을 저 하늘의 달과 별 속에 풀어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