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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너의 소멸로부터 오고 - 박두규

바람은 너의 소멸로부터 오고 - 박두규 바람이 분다 모든 걸 쓸고 갈 거대한 해일을 몰고 그렇게 두려움은 언제나 죽음으로부터 오지만 그 죽음의 두려움을 넘을 수 있는 건 스스로를 버려야만 하는 것 거대한 바람이 불어 오랜 억압과 폭력을 쓸어낼 수 있는 건 모두를 죽음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건 나 하나 먼저 스스로를 버려야만 하는 것 그토록 바람은 나의 소멸로부터 오고 바람은 멈추는 순간 바람이 아니니 어디론가 끝내 흐르는 것이며 누군가에 이르러 변화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미얀마의 바람은 미얀마의 죽음으로부터 불기 시작했다 불타는 도시 양곤의 아스팔트에 쏟아낸 그대들의 피가 이젠 지구별 모든 사람들의 피가 되었다 어느 날 불어오는 한 가닥 바람처럼 그렇게 그대들의 죽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졌..

한줄 詩 2022.05.01

희망자원 앞에서 - 박숙경

희망자원 앞에서 - 박숙경 사라진 별을 생각하느라 잠을 놓쳤다면 하현달은 불면의 공범 흘러내리는 하품을 손수레에 앉혀 막다른 골목 기웃거리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 한 줌의 희망을 찾아낼 수 있을까? 쓸모없어 버려진 것들과 쓸모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것들과 펴진 것은 주름잡고 주름진 것은 곧잘 폈을 낡은 이야기와 한때는 최신형으로 잘나갔을 과거의 슬픈 노래와 부서지고 닳은 것들의 최후진술들이 닫힌 철문 앞에 모였다 경멸과 연민과 곱지 않은 시선을 따돌리고 반복적으로 굽신거린 허리가 발굴한 고물과 처음부터 고물로 태어난 고물과 알면 돈이 되는 고물과 기타 등등의 잡동사니들과 불법과 합법 사이의 아슬아슬한 편견들 빠진 발톱처럼 다시 태어나는 것이 희망이라고 했나요? 거친 손바닥에 쥐어진 몇 닢의 지전을 꿀꺽..

한줄 詩 202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