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잖아, 고개 들어 - 황현중 괜히 부끄럽고 덜컥 겁이 나고 그렇다 담장 밑 초록을 보면 새로 시작하는 싱싱한 것들을 보면 시들어 가는 내 얼굴을 보면 한숨처럼 꺼져 가는 감탄사 몇 개로 봄이 오는 골목 닦아 보지만 되돌아보니 회색빛, 하늘 온통 누렇다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황사가 주범이라고 말들 하지만 이제 맑은 날 돌아오지 않는단다 여기저기 뒤적거려 봄소식 수소문해도 친구 장례식 때 입었던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가 목을 매고 있을 뿐 목이 메일 뿐 몇 달째 삭은 이빨 빼내고 새 뿌리 박고 있다 서른두 개 이빨 중 내 것은 거의 없다 죽은 뿌리에서 꽃대 올라 올 리 없는데 이게 웬일인가 입안의 통증이 자꾸 붉은 꽃 토해낸다 꽃가루가 온몸 간지럽힌다 부끄럽다 고목나무 발치에서 웅성웅성 키 세우며 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