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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잖아, 고개 들어 - 황현중

봄이 잖아, 고개 들어 - 황현중 괜히 부끄럽고 덜컥 겁이 나고 그렇다 담장 밑 초록을 보면 새로 시작하는 싱싱한 것들을 보면 시들어 가는 내 얼굴을 보면 한숨처럼 꺼져 가는 감탄사 몇 개로 봄이 오는 골목 닦아 보지만 되돌아보니 회색빛, 하늘 온통 누렇다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황사가 주범이라고 말들 하지만 이제 맑은 날 돌아오지 않는단다 여기저기 뒤적거려 봄소식 수소문해도 친구 장례식 때 입었던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가 목을 매고 있을 뿐 목이 메일 뿐 몇 달째 삭은 이빨 빼내고 새 뿌리 박고 있다 서른두 개 이빨 중 내 것은 거의 없다 죽은 뿌리에서 꽃대 올라 올 리 없는데 이게 웬일인가 입안의 통증이 자꾸 붉은 꽃 토해낸다 꽃가루가 온몸 간지럽힌다 부끄럽다 고목나무 발치에서 웅성웅성 키 세우며 기어..

한줄 詩 2022.05.26

내가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 - 장시우

내가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 - 장시우 오늘은 비가 내리고 음악은 내 머리 위에 앉아 낯빛을 살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 둥실 떠오른다 내가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 끼어들 수 없는 이야기에 끼어든 낯선 얼굴이 있다 멋진 밤이니 촛불을 켜고 인터뷰를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당신은 어쩌자고 비 오는 밤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으로 거울에 떠올랐습니까 당신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떻게 당신과 당신 주위의 것들을 데려왔을까 빗소리가 부풀어 오르자 당신은 지워지고 플루트에 숨 불어 넣는 소리가 들린다 악보 어디쯤 쉼표로 있는 걸까 그런데 이 곡의 제목은 뭐라구요 덜컹대는 음표 사이 큰 숨을 불어 넣는 저 쉼표는 어떻게 그려 넣어야 할까 어쩌다 보니 낯선 일투성이다 내 고양이가 밥 달라고 깨우지 않은 일도..

한줄 詩 2022.05.23

Áspri méra ke ya mas - Agnes Baltsa

Agnes Baltsa -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오겠지 # 오늘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나 연속해서 들었다. 오래전에 이 노랠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어떤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이 노래 효력은 여전하다. 오월 들어서 장미의 화사함에 가슴 떨리면서도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데 나는 왜 그 반대일까. 마음은 우울하지만 눈부신 날씨와 이런 노래가 있어 다행이다.

두줄 音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