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첫 번째 - 박은영
끝에서 첫 번째 - 박은영 세상의 쓴맛은 한밤중 더듬어 찾은 젖꼭지로부터다 젖을 떼기 위해 발라 놓은 마이신을 맛본 뒤 일찍이 우는 법을 터득하고 손가락을 빨았다 허기의 힘으로 마루 끝을 벗어나 극을 향해 신발코를 찧어 대며 대문을 나서니 딴 세상이었다 손끝으로 담배를 쥐고 피우는 패거리들과 용두사미가 되어 몰려다닌 시장, 귀퉁이에서 꼬리지느러미를 칼날로 내리치는 여자가 엄마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나는 세상을 끝장내고 싶었다 용의 꼬리로 사느니 뱀의 머리가 되리라 연필심을 깎으며 코피를 쏟았다 허공의 멱을 따는 칼끝과 가난한 꽁무니를 따라 걷다 보면 소주, 변리, 씀바귀, 이별,,,,, 끝에서 첫 번째 골목이 나오곤 했지만 나는 마이신보다 쓴맛은 찾지 못했다 죽을 만큼 쓰디쓴 그 끄트머리에서 꽃은 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