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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 부정일 시집

천성이란게 있다. 성악설이니 성선설이니 그런 걸 떠나서 누구에게나 선과 악이 절반씩 들어 있다고 본다. 단 얼마나 선이 악을 누르고 표출되는 정도가 선함의 실천이지 않을까. 곧 악을 누르는 힘이 좀더 세게 태어난 사람이 선한 사람이다. 만약 악한 사람이 감옥에 갇혔다가 개과천선을 했다면 바로 누르는 힘의 강도가 악에서 선으로 바뀐 것이다. 내 몸 속에도 악과 선이 공존하고 있다. 웬만하면 욕심 부리지 말고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굳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지가 않다. 무명 시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내 천성이다. 인생이 편하려면 줄을 잘 서야 한다지만 여태껏 단단한 긴 줄보다 허름한 짧은 줄을 택했다. 지금도 금메달보다 은메달이, 동메달보다 4등에게 마음이 더 간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느낀 바 만날 시..

네줄 冊 2022.05.29

오월보다 먼저 오는 새 - 박봉준

오월보다 먼저 오는 새 - 박봉준 뻐꾸기 새끼에게 쉼 없이 먹이를 잡아다 먹이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뱁새를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었다 뱁새 새끼를 모두 밀어내 죽이고 염치없이 입을 벌리는 덩치 큰 뻐꾸기 새끼 뱁새는 탄생의 비밀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모순을 사람들은 섭리라고 하겠지 어쩌다 제 손으로 혈육을 키우지 못하고 심청이 아비 젖동냥하듯이 이곳저곳 탁란하여 눈도 채 뜨지 못한 어린 새끼 손에 악의 피를 묻히는 뻐꾸기의 생도 참 기구하다 싶어 그 소리 다시 들어보니 녹음 짙어가는 들녘이 다 평화로운 것만이 아니다 천치 같은 뱁새도 피를 묻힌 뻐꾸기도 함께 살아야 하는 푸른 오월 *시집/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상상인 그까짓 거, 참 - 박봉준 한날한시에 죽지 못한다면 남은 사람들을 ..

한줄 詩 2022.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