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지르는 순간 - 박봉준 벼랑 끝에 서 본 사람은 추락하는 새의 날갯짓이 더 매혹적인 순간을 안다 난간 끝에 서 있는 모녀의 두려움은 이미 허공으로 날리고 죽음을 앞세우고 저토록 진지한 생을 그려내는 모습이 나는 부끄럽다 서천의 붉은 구름이 그녀에게 속삭였지 생은 지나가는 바람이야 죽음은 가장 쉬운 방정식 번지점프대 위에 선 피에로 불신의 고리가 길어질수록 우리를 웃게 하지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난간 끝에 서 있는 사람들 정말 마지막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이 없다 *시집/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상상인 피고 지고 - 박봉준 전신마취를 하고 깨어보니 죽는 건 순식간이라는 말, 허언이 아니었네 채 꿈도 꾸지 못한 순간이 수술실 밖에서는 어느 한 생이 가장 긴 강으로 흘러 수없이 솟구치고 잠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