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746

자기 해방의 태도 - 박노해

자기 해방의 태도 - 박노해 세계에 대한 참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을 굳게 신뢰하는 것 쉽게 인정받거나 쉽게 실망하지 말고 숫자에 좌우되지 않고 나아가는 것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서로의 고독을 기꺼이 견지하며 함께 걸어가는 것 완전한 일치를 바라지 말고 고유성을 품고 공동으로 협력하는 것 삶의 자율과 인간의 위엄을 지키며 불의와 맞서 끈질기게 전진하는 것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긴 호흡으로 사랑하고 일하고 정진하는 것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느린걸음 신은 감사를 거절한다 - 박노해 만약 내가 팔레스타인에 태어났더라면 만약 내가 아프카니스탄에, 이라크에, 버마에, 다르푸르에, 북한에 태어났더라면 가난과 분쟁과 억압의 나라 앞에서 피와 눈물에 젖은 사람들 앞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난 게 감사하다면 저들의 불..

한줄 詩 2022.07.17

남해 도솔암 - 이우근

남해 도솔암 - 이우근 도솔암 가는 길은 굽이마다 형편대로 눕는다 그리고 불시에 일어나 하늘까지 닿는다 바람소리에 해조음(海潮音)이 들린다 산은 조바심 없이 밭은기침으로 자신의 벽을 연다, 아무도 모른다 마음이 바르다면 젖은 것과 마른 것이 무슨 상관이랴 높낮이의 위치가 무슨 상관이랴 낙엽과 해초가 이웃이지 말란 법도 없다 잦은 바람이 물결로 이마를 어루만질 때 비로소 미망(迷妄)을 따져본다 사람들의 계산은 이미 부질없지만 더하고 곱해도 빼고 나눔은 없더라만, 그래도 곱씹은 아득한 희망 손톱 깎듯 낮달을 똑, 따서 발바닥 아래 던져 꽃피길 바란다 등산화 신은 나를 제치고 고무신 신은 노보살이 땀조차 흘리지 않고 휑하니 지나간다, 강호에는 고수가 많다 쪽박 때리듯 두들겨 패는 목탁 소리 결코 풍경 소리 이..

한줄 詩 2022.07.16

벗, 그대는 안녕한가 - 부정일

벗, 그대는 안녕한가 - 부정일 혼자 벽 보며 잠들다 이른 새벽 거울을 보네 거울 속에 흰머리 노인이 나를 보네 어느 길가쯤에서 만났던 사람 같은 싸락눈 오다 그친 마당을 서성이네 창 너머 아내가 티비 보는 거실 몇 번 훔쳐보면서 온기 없는 마당만 서성이네 달랑거리던 불알은 이미 없는 듯 쪼그라들고 아버지 귀두 닮은 작은 흔적 주섬주섬 찾아 후미진 구석 몇 방울 흘리고는 아내 외출에 동동거리던 자 안으로 드네 어디를 가시는지 말하지 않네 언제쯤 오시는지 물어보지 못하네 물어본다는 것이 쓰나미 같은 것이어서 무관심해야 할 노인이 감당 못할 일이어서 꽃피던 시절은 이미 익숙해진 절망이어서 이제는 다 내려놓고 절망마저 다독일 때 하찮은 외로움이야 공원 어디쯤 사연 많은 사람들 모여 있는 곳에 가면 될 일 벗이..

한줄 詩 20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