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지르는 순간 - 박봉준
벼랑 끝에 서 본 사람은
추락하는 새의 날갯짓이 더 매혹적인 순간을 안다
난간 끝에 서 있는 모녀의 두려움은 이미 허공으로 날리고 죽음을 앞세우고 저토록 진지한 생을 그려내는 모습이 나는 부끄럽다
서천의 붉은 구름이 그녀에게 속삭였지 생은 지나가는 바람이야 죽음은 가장 쉬운 방정식
번지점프대 위에 선 피에로 불신의 고리가 길어질수록 우리를 웃게 하지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난간 끝에 서 있는 사람들
정말 마지막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이 없다
*시집/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상상인
피고 지고 - 박봉준
전신마취를 하고 깨어보니
죽는 건 순식간이라는 말, 허언이 아니었네
채 꿈도 꾸지 못한 순간이
수술실 밖에서는 어느 한 생이 가장 긴 강으로 흘러
수없이 솟구치고 잠겼다가 솟구치고 다시 일렁이는 격랑의 물줄기에 미움이 윤슬로 빛나는 순간
양지바른 봄날
목련이 피고 지듯
남은 생 그렇게 강을 건너자고
눈빛만 보아도 펑펑 울음 터질 것 같더라고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업의 무게 - 서화성 (0) | 2022.07.18 |
---|---|
사막 - 신동호 (0) | 2022.07.18 |
열매를 솎으며 - 홍신선 (0) | 2022.07.17 |
밥풀에 대하여 - 김신용 (0) | 2022.07.17 |
자기 해방의 태도 - 박노해 (0) | 2022.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