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순간을 지르는 순간 - 박봉준

마루안 2022. 7. 18. 21:47

 

 

순간을 지르는 순간 - 박봉준

 

 

벼랑 끝에 서 본 사람은

추락하는 새의 날갯짓이 더 매혹적인 순간을 안다

 

난간 끝에 서 있는 모녀의 두려움은 이미 허공으로 날리고 죽음을 앞세우고 저토록 진지한 생을 그려내는 모습이 나는 부끄럽다

 

서천의 붉은 구름이 그녀에게 속삭였지 생은 지나가는 바람이야 죽음은 가장 쉬운 방정식

 

번지점프대 위에 선 피에로 불신의 고리가 길어질수록 우리를 웃게 하지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

난간 끝에 서 있는 사람들

정말 마지막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이 없다

 

 

*시집/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상상인

 

 

 

 

 

 

피고 지고 - 박봉준

 

 

전신마취를 하고 깨어보니

죽는 건 순식간이라는 말, 허언이 아니었네

 

채 꿈도 꾸지 못한 순간이

수술실 밖에서는 어느 한 생이 가장 긴 강으로 흘러

 

수없이 솟구치고 잠겼다가 솟구치고 다시 일렁이는 격랑의 물줄기에 미움이 윤슬로 빛나는 순간

 

양지바른 봄날

목련이 피고 지듯

 

남은 생 그렇게 강을 건너자고

 

눈빛만 보아도 펑펑 울음 터질 것 같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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