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무사 - 조온윤 나를 대신해서 명랑하게 살아줄 그림자를 찾습니다 나에게는 실체랄 게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거든요 어둠 속에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주어서 나는 마음 편히 눈을 감았다 내일의 일들 따위 잊어버리고 내일모레의 일들 따위 전부 잊어버리고 그림자는 나를 대신해서 친구들을 만나 하하호호 농담을 주고받았다 주말에는 낯선 애인과 영화도 봐주었다 되풀이되는 말싸움도 대신 해주고 사랑이고자 하는 게 곧 사랑이라는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격렬하게 살아주었다 모든 게 가짜라는 걸 들키지 않았던 거 같지만 그림자야 진심이고자 하는 게 곧 진심일 수 있다면 가짜였던 마음은 언젠가 펄떡이는 심장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거기에 없어도 밤이면 거리는 어두컴컴해지고 가로등엔 불이 켜진다는 걸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