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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 박수서

진짜 사나이 - 박수서 진짜 사나이가 되려나 봐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주말 연속극까지 꼼꼼하게 챙겨 보고 있어 극의 전개를 상상해 보거나, 방송 시간이 되면 대폿집에서 잔 놓고 집으로 들어오기도 해 탤런트 대사에 웃고, 욕하다가 때때로 고양이 눈망울로 뚝뚝 눈물도 흘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먹을 저녁 끼니는 머릿속으로 짜놓아야 해 돼지 앞다리를 찌개를 할까, 두루치기를 할까, 오징어를 볶을까, 문어는 좀 비싸니까 다음에 해 먹어야지 생각하다 조금 싼 닭똥집이나 껍데기를 볶는 날이 허다해 뼈 튼튼, 눈 맑은, 간 좋은, 전립선 힘쓰는, 폐 영양, 관절 팔팔, 장 콸콸, 피부 탱탱 건강기능식품은 거르는 날 없이 먹고 있어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살아 거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증기기관차 화..

한줄 詩 2022.07.11

내가 날아오른다면 - 박금성

내가 날아오른다면 - 박금성 늦은 겨울밤 13층 건물의 옥상 난간 위에 앉아 있다 내가 젖먹이 때 발견된 곳은 파출소 옆 아기용 젖꼭지를 물고 있더라고, 방긋방긋 웃더라고 우는 아이는 버려진 아이 웃는 아이는 발견된 아이 발견된 나를 멀리하는 학교 아이들 발견된 놈을 멀리하는 문구점 누나 발견된 짐승을 멀리하는 붕어빵 아줌마 버려지는 것은 휴지와 머리카락 그리고 짐승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은 보석 발견될 수 있는 것은 휴지도 머리카락도 짐승도 보석도 그 사람이 버려진 아이는 사람 될 수 없다며 장난감 박스를 내려놓았다 난 버려지고 발견된 짐승 사람의 가죽으로 사람이고 싶어 날아오른다 *시집/ 웃는 연습/ 서정시학 유년의 뺨 - 박금성 철새들이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고 갈라진 허공에서 태어나는 구름 사이로 아..

한줄 詩 2022.07.11

사랑했었다, 그 가을을 - 황현중

사랑했었다, 그 가을을 - 황현중 억새밭 오솔길을 지나 강둑에 서면 강줄기 따라 큰 기러기들 떼 지어 날고 먼 산 아래 옹기종기 작은 마을에선 하나둘 깜박깜박 불을 밝힌다 한 끼 저녁에 족한 연기를 피운다 하늘에 그 하늘 속에는 배부른 반달이 별들을 낳고 빈 배는 부는 바람을 노 저어 간다 강물이 별들을 품고 어르듯 속삭이는 시간이 오면은 늘 떠오르는 그 얼굴 너 없는 오늘이 꿈이라고 해야 할까 사랑했었다, 그 가을을 *시집/ 조용히 웃는다/ 그림과책 가을의 끝자락 - 황현중 생각하면 목이 메는 사람들이 있다 어머니, 아버지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황망하게 서울로 떠나간 울 누나의 뒷모습 그것이 사랑인지도 몰랐던 유년의 그 소녀 기우뚱, 산자락 하나가 그림자를 부려 놓는다 바람이 저문 햇살을 물레질하고 ..

한줄 詩 202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