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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세상 - 앨런 와이즈먼

오래 전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다. 미뤘다가 놓쳐버린 책이 한둘이 아니지만 이제야 읽었다. 코로나 때문에 일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오고 가능한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부터 책 읽는 시간이 늘었다. 코로나로 모든 일상이 엉망이 되면서 무기력해질 때가 있지만 그나마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툭 하면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배낭을 챙겼던 날들이 까마득하다. 죽자사자 간다면야 못할 것도 없지만서도 방역수칙이 먼저다. 처음엔 힘들었으나 차차 이런 일상에 적응이 된다. 술집 안 가고 여행 안 가는 일상이지만 심심할 틈은 없다. 철저하게 TV와 주전부리를 멀리 해야 책 읽기도 지속할 수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운동 습관 무뎌지는 것처럼 게으름이 잽싸게 자릴 잡기 때문이다. 개정판으로 나온 은 책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빌딩이 빽..

네줄 冊 2021.02.22

잔설(殘雪)처럼 - 김재룡

잔설(殘雪)처럼 - 김재룡 끝 종소리와 함께 힘차게 날아오르며 세단뛰기를 하던 아이들이 신발 속으로 들어간 모래를 털고 교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철봉에 매달려 거꾸로 오르던 아이들도 현관 입구에서 신발을 털고 있었다.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몇몇 아이들이 바구니에 공을 주워 담고 있었다. 차디찬 한 올의 모래바람이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 아이가 두고 간 초록색 체육복 윗도리가 축구 골대 위에서 펄럭거리고 있었다. 오늘 장사도 이렇게 끝났군. 뒤따라온 한기가 어깨를 짚었다. 성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온 세상 눈부시던 한 시대가 그렇게 갔다. 키 큰 나무들이 들어찬 숲이거나 논두렁 밭두렁으로 이어진 들판이거나 흐린 시선 맞닿은 아무데서나 몇 조각의 외로움들 뒹굴고 있다 언제나 열외에서 서..

한줄 詩 2021.02.22

선인장, 마흔 근처 - 전인식

선인장, 마흔 근처 - 전인식 잠깐 졸았을 뿐인데 눈 떠보니 사막 한가운데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 길인지 희미하다 분명한 것은 머리맡에 놓인 서너 개의 보따리들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지고 모래언덕을 넘어가야 한다는 것 무거운 짐 싣고 갈 낙타는 꿈속에 보았던 동물 밤하늘 별빛 해독할 점성술을 익혔으면 좋았을 텐데 잠시 쉬었다 갈 오아시스가 어느 쪽에 있는지 기러기 날아가는 곳이 남쪽인지 북쪽인지 알 수가 없다 바람이 등 떠미는 쪽으로 가면 행운이라도 따를까 어디로 가야 할지 물어볼 사람도 없다 엄마와 아버지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왜 미리 사막 건너가는 법을 물어보지 않았는지 여태 정신 팔고 다녔던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호수 하나 만들고도 남았을 흘렸던 눈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간절하..

한줄 詩 202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