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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 호프 자런

좋은 책을 읽었다. 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이 제목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겼다.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후 사냥을 하며 살다가 문명을 이루고 이제는 지구를 괴롭히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은 풍족함과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지구는 그만큼 힘들어 하고 있다. 우선 빼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언제까지 화석 연료를 뽑아 쓸 것인가. 화석 연료는 40억 년이 넘는 지구 나이 동안 갖은 변화를 겪으며 조금씩 축적된 물질이다. 그것을 인간이 나타나 근 100년 만에 완전 뽕을 뽑듯이 흥청망청 쓰고 있다. 무한정으로 나오는 석유와 석탄이 아니다. 저자는 조목조목 인간이 누리는 편리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변해버린 대기, 따뜻해진 날씨, 녹아내리는 빙하, 높아지는 수위, 가혹한 작별 인사로 이어지..

네줄 冊 2021.02.23

울음의 안감 - 정선희

울음의 안감 - 정선희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설익어 목소리가 갈라지는 울음이 있고, 색을 덧발라 속이 안 보이는 울음이 있고, 물기가 가득해서 수채화처럼 번지는 울음이 있다는 것을 어른이 우는 모습을 본 아이는 속으로 자란다 그날 호주머니의 구멍 난 안감처럼 울음은 움켜쥔 손아귀에서 허무하다는 걸 알아버린다 그 후 내가 만난 모든 울음은 그날 밤에 바느질된 듯 흐느끼며 이어져 있다 실밥을 당기면 주르륵 쏟아질 그날의 목록들 외할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다섯 여자가 모여 앉아 울음 같은 모닥불에 사연 하나씩 쬐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다른 사람, 몰랐던 사람이었다 관계란 아름답지 않은 한 줄 문장 같은 것을 붙잡고 있는 것 울음은 죽은 이에게 가지 않고 자신을 적시다 얼룩질 텐데 죽음을 당겨 울음의 안감..

한줄 詩 2021.02.23

아름다움에 대한 일고(一考) - 조성순

아름다움에 대한 일고(一考) - 조성순 히말라야 고산지대 산양 떼는 소금기를 찾아 벼랑을 헤맨다고 한다. 창공에 걸린 낮달을 배경으로 낭 끝에 우뚝 선 너를 보고 고독을 사랑하는 검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너는 날 선 작두 위 무격이고 몸이 갈망하는 생존을 위한 전투의 연속이었다. 산길을 가다 웃고 있는 바람꽃이 곱다고만 하지 말아야겠다. 나날이 절박하고 하루하루 시시때때 존재의 창끝으로 격전을 치르고 있다. 뿌리에서 대궁까지 필생을 걸고 하늘거리고 있는 것이다. *시집/ 왼손을 위하여/ 천년의시작 화두(話頭) 만경대(萬景臺) - 조성순 하는 일마다 막히고 신세는 독 안에 갇힌 쥐 모양 진퇴유곡 비상구로 찾은 만경대 암릉 용암문에서 위문까지 하얗게 날선 바위들 피아노바위에선 머리를 조심하고 사랑바위에선 ..

한줄 詩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