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 이정록 엄니, 벌써 와서 죄송해요. 수업 중에 집에 오던 버릇, 아직도 못 고쳤구나. 하여튼 애썼다. 도망친 건 아니에요. 저도 이렇게 일찍 올 줄 몰랐어요. 근데 저만 몇겹이나 잔디 이불을 덮었네요. 뼈마디만 남아서 어미는 평토장도 무겁단다. 고단할 텐데 며칠 푹 자거라. 억하심정이야 말해 무엇하겠냐만 천천히 평생토록 얘길 나누자꾸나. 엄니도 좋은 꿈 꾸세요. 그런데 아버지는 왜 아무 말씀 안 하신데요? 녹아버린 애간장과 울화통이 또 터진 게지. 곧 뼈마디 추려서 일어나실 거다. 아버지가 칠성판을 발로 차도 죽은 척 누워 있거라. 꽃 필 때 보자. 아버지도 봄에는 종달새처럼 말이 많아진단다. *시집/ 그럴 때가 있다/ 창비 첨작 - 이정록 달밤에 지방을 태우고 엄니와 마루에 걸터앉아 뽕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