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고등어 - 손석호 오른손이 의수인 그는 어선을 탔었다고 했다 노을이 도마 위 핏물을 벌겋게 덧칠하자 무쇠 칼이 고등어 배를 가르던 왼손을 놓아주었다 목장갑에 달라붙은 왕소금을 털어 낼 때 화구 밖으로 거세게 역류하는 화염 파르르 얼굴에서 출렁이는 난바다 석쇠를 뒤집는 팔뚝 근육이 로프처럼 팽팽하게 솟았다 한 번도 눈감지 않은 고등어의 눈알과 마주쳤을 때 연기 때문에 맵다며 갱빈으로 걸어 나갔다 내성천이 바다로 가는 물길을 보여 주자 꾹 깨문 입술 쪽으로 왕소금처럼 왈칵 뿌려지는 눈물 억새 무리 어둡도록 파도가 되어 주고 버들가지가 뺨을 훑어 주는 동안 강물이 이유를 묻지 않고 따라왔다 배를 가른 고등어의 안쪽 등뼈 같은 억새밭 샛길을 가로질러 돌아오며 눈가에 핀 소금꽃 털어 냈다 골바람도 나와 앉은 툇..